23일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에 따르면 유 전 회장과 함께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에 은신하다 구속된 아해프레스 직원 신모(33)씨는 지난달 26일 조사에서 "수사관들이 별장 문을 열려고 하는 소리가 들려 유 전 회장을 2층 통나무 벽 안에 있는 은신처로 급히 피신시켰다"며 "수사관들이 수색을 마칠 때까지 유씨는 은신처 안에 있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진술을 청취한 이튿날이자 별장을 수색한 지 한 달여가 지난 6월27일 순천 별장 내부를 다시 수색했지만 이미 유 전 회장은 도피한 뒤였다.
별장 2층에는 통나무 벽을 잘라 만든 3평 정도의 공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좌우 끝 부분은 지붕 경사면으로 돼 있고 공간 안쪽에는 나무로 만든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었다. 밖에서 볼 때는 통나무로 위장해 눈에 띄지 않도록 했다.
유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은 추가 수색을 통해 통나무 벽 안의 은신처에서 여행용 가방 2개를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4번, 5번이라고 적힌 띠지와 함께 현금 8억3,000만원, 미화 16만달러가 들어 있었다.
순천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을 놓친 검찰은 이후 차명 휴대폰 1,000여대의 통화내역 170만건을 분석하고 8만8,000여명에 대해 가입자 조회를 실시했다.
또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는 것으로 의심되는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등의 휴대전화 180여대를 집중 추적해 관련자들을 체포했다.
아울러 유 전 회장의 도피에 사용되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을 찾기 위해 주요 관련자 220여명의 보유 차량을 확인한 뒤 그 중 60여대를 특정해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유 전 회장의 도주 경로와 관련해 순천 일대 CCTV를 모두 분석해 2만2,000대의 통과 차량 중 도피 의심 차량을 구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을 찾지 못한 게 통탄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5월25일 오후4시 순천 별장에 대한 수색을 시도했다가 문이 잠겨 있어 정식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뒤 같은 날 오후9시30분부터 2시간가량 수색을 진행했으나 숨어 있던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의 '비서' 역할을 하던 신씨를 현장에서 범인도피 혐의로 체포해 인천지검으로 이송했다.
신씨는 5월28일 검찰 조사에서는 별장에 혼자 남아 있게 된 경위에 대해 "25일 새벽 잠을 자고 있는데 인기척이 나서 눈을 떠보니 성명 불상의 남자가 유 전 회장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다시 잠들었다가 깨니 유 전 회장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신씨는 검찰의 끈질긴 조사 끝에 지난달 26일 유 전 회장이 검찰 수색 당시 별장 안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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