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중전회의 개혁안은 중국의 개혁이 경제에서 사회ㆍ인권 문제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더 이상 경제개혁만으로는 개혁의 한계에 부딪히는 만큼 정치ㆍ사회ㆍ문화 등으로 개혁을 확대하겠다는 중국 지도부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세부개혁안에서 경제개혁안은 국무원이 만든 383개혁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금리ㆍ위안화 자율화 등 금융시장 개혁의 일정과 구체적인 방향을 잡지 않았다는 점은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번 개혁안이 경제개혁을 정체시키거나 후퇴시키지는 않았다. 개혁파와 보수파의 진통 속에서 개혁의 속도를 늦췄을 뿐 개혁의 방향은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3중전회의 전문에는 '사회적 재화의 발전 성과를 더욱 공평하게 전체 인민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명시하며 소득분배에 대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국유기업의 개혁안에 대해서도 383개혁안에서 제시했던 민간자본의 국유기업 지분참여를 허용했다. 국유자산관리위원회는 전체 15%의 지분이 민간자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다 종업원지주제와 국유기업에 대한 전문경영인 도입, 실적책임제 등도 도입한다.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성과급 제도에 대한 언급도 포함돼 있다.
당초 미진한 것으로 판단했던 금융개혁방안도 시장에 당장 충격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 지도부가 타협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민간자본의 중소은행 설립을 허용한 것은 이미 진행 중인 민영은행 설립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증권보는 내년 초 상장사 소유 1호 민영은행이 탄생할 것으로 예측하며 베이징 중관춘, 상하이자유무역지대, 선전 첸하이 등에 민영은행이 설립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민영은행 설립 의향을 내비친 기업 또는 조직이 30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쑤닝윈상ㆍ카이러커지ㆍ진파커지ㆍ거리전기 등 중국 상장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금리ㆍ위안화 자율화 등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금융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개혁의 속도를 빨리 하겠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일정과 방법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또 위안화 태환도 신중하게 실현 방안을 검토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금융개혁을 위한 기본 업무인 예금보호제도, 부실금융퇴출 시스템 등에 대해서는 바로 시행에 들어가 갖춘다는 방침을 밝혀 금융개혁의 후속조치가 12월 중앙경제공작회의 이후에는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부정책에서 경제를 제외하고 가장 주목되는 정책은 노동교화제의 폐지다. 당초 시진핑 주석은 주석 취임 이후 노동교화제를 폐지하려 했지만 장쩌민ㆍ후진타오 전 주석을 등에 업은 보수파의 반대에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세부정책에 노동교화제가 포함됐다는 것은 시 주석이 보수세력들의 반대를 뚫고 정책입안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국가안전위원회 설립에 이어 개혁영도소조 구성 등으로 시 주석이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3중전회에서 시 주석의 입지가 확고해진 것으로 보인다.
한 자녀 정책의 사실상 폐지는 사회개혁안의 핵심이다. 고령화로 노동생산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한 자녀 정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자녀 정책의 폐지와 맞물려 중국은 후커우제도를 완화해 농민공들이 도시민으로 진입할 수 있는 숨통을 틔워준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단계적으로 농민공의 도시 후커우 획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의 극심한 반대를 불러왔던 상속세는 역시 포함되지 못했다. 대신 부동산 취득세의 도입과 함께 직접세를 더 늘리고 부가가치세를 도입하는 등 세제개편을 통해 중앙정부의 재정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또 지방정부의 지출에 있어서는 이전지급 제도를 확대해 우선 혁명근거지ㆍ소수민족지역ㆍ빈곤지역에 우선 중앙의 재정을 지원하고 지방 재정의 부족분도 중앙의 통제에 따라 지급하기로 했다.
관심을 끌었던 토지제도 개혁은 농민에게 재산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집체토지의 사유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농민에게 저당, 담보권과 토지를 시장에 공개해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안후이성과 같은 시범지역에서 개혁 방안을 점검한 후 농민 개인에게 상속권까지 줄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