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28일 전국 6,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228개 기초자치단체의 경제활동 친화성을 분석한 '규제지도'를 작성해 보니 서울과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만족 수준(기업 체감도)이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에도 정부는 "민감성이 크다"며 수도권 규제를 비롯한 대기업 규제 등 23건에 대해 '추가 논의'로 분류, 기요틴 적용을 미뤘다. 경제단체들이 기간제 사용기간 완화 등 노동 분야 규제혁파도 대거 건의했지만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하도록 넘겼다.
대한상의가 규제지도 작성을 위해 기업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서울·경기·인천권의 66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중 최고 순위인 S등급을 받은 곳은 경기 양평시 1곳에 불과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상황이 좀 더 심각해 전체 25개 자치구 중 도봉구를 제외한 24개 구가 B등급 이하의 점수를 얻는 데 그쳤다. 서대문구와 강북구는 최하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이 같은 결과의 한편에는 수도권의 공장 입지 규제를 2중, 3중으로 묶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똬리를 틀고 있다. 수도권에서는 중소기업 및 일부 첨단업종기업을 제외하면 공장 신·증설이 막혀 있고 특히 자연보전권역에서는 6만㎡ 이상의 공장용지를 불허하고 있다. 수도권은 시도별 공장총량제 제약도 받는다. 경제단체들은 이 때문에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국내 기업도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수도권 유턴기업에 재정지원 허용 등을 기요틴 방식의 규제혁파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정부는 수도권 규제를 풀면 지방의 반발이 클 수밖에 없어 '종합적 국토정책의 필요성'을 구실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기업인들이 "수도권에서 사업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는 더 큰 원인이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의 '복지부동'과 맞닿아 있는 측면도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수도권 일부 기초자치단체장은 표와 직결되는 민원에만 귀를 기울이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상의 조사에서 경제활동을 벌이기 가장 좋은 지자체로 충남 논산시가 1위를 하고 부여가 228위로 꼴찌를 한 데도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성 및 친절성 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과 관련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완화 △자산 규모별 대기업 규제 개선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대기업 진입제한 완화 △공공기관 급식에 대기업 입찰제한 완화 등도 '추가 논의' 꼬리표를 달고 기요틴 대상에서 빠졌다. 배임죄 구성요건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도입해 기업인들의 배임죄 처벌 가능성을 낮춰달라는 건의 역시 추가 논의 리스트에 올랐다. 재계는 비정규직 규제 완화를 비롯해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업무성과 부진자에 대한 해고요건 완화 △임금피크제 법제화 △통상임금 부담 완화 등의 노동규제 해결도 요구했지만 정부는 '사회적 공감대'의 필요성을 들어 노사정위원회 논의사안으로 분류했다. 노사정위는 29일 비정규직 제도개선안을 협의할 예정으로 고용노동부가 정부의 노동개혁안을 제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