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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말이야기] 항우와 생사 함께한 충직한 오추마

항우

중국인들에게 항우의 오추마(烏騶馬)는 관우의 적토마와 함께 가장 유명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은 고대부터 온 나라 사람들이 다 아는 스타 말을 가졌던 셈이지요. 전장에서 주인과 함께 죽었다는 의리의 명마, 오추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오추마는 초(楚)나라를 일으킨 항우가 탔던 말의 이름이자 '까마귀 오(烏)'자에서 알 수 있듯이 검은 털과 흰 털이 섞인 말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전설에 의하면 어느 마을에 한 마리의 용이 호수에 내려온 뒤 말로 변해 사납게 날뛰는데 아무도 타지 못했고 마침 근처를 지나던 항우가 이를 목격하고 한참을 제압한 끝에 길들여 탔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알렉산더와 부케팔로스의 첫 만남과 무척이나 유사해서 동서양 영웅 이야기의 전형을 확인하게 해줍니다.

이후 전투에서 생사를 함께 했던 항우와 오추마의 가장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를 낳았던 한(漢)나라와의 해하(垓下) 전투에서 일어납니다. 한의 유방이 사방에서 초나라 군대를 포위하고 초의 노래를 들려줌으로써 전쟁에 지친 초나라 군사들의 사기를 꺾었고 결국 패해서 도망가던 항우가 오강(烏江)에서 자결을 결심하게 됩니다. 죽음을 앞두고 항우가 읊었다는 '해하가'에 오추마도 등장합니다.



힘은 산을 뽑을 만하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 만한데 때가 불리하니 오추마마저 가지 않는구나. 추마저 가지 않으니 난들 어찌하리. 우미인아! 우미인아! 너를 어찌하리(力拔山兮氣蓋世 時不利兮騶不逝 騶不逝兮可奈何 虞兮虞兮奈若何).

용감무쌍하던 오추마도 패배를 직감하고 뒷걸음을 쳤던 것일까요. 항우는 오추마를 살리려 뗏목에 태워 보냈으나 주인의 죽음을 예감한 말은 물에 뛰어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뜨거운 '견마지성(犬馬之誠)'을 보여준 항우의 오추마는 시대와 국경을 넘어 '충(忠)'이나 '신의(信義)'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의 소재로 지금까지도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김정희(말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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