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와 각 구단 사장이 모인 이사회에서 NC 다이노스의 내년 1군 진입이 확정됐다. 8구단 체제에서 9구단 체제로 몸집이 커진 것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창단한 NC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올 시즌 2군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기존 구단에 대한 새 구단의 도전은 흥행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날 10구단 창단은 이사회에서 표결에조차 오르지 못했다. 다수의 구단이 시기상조라며 논의 자체를 부정했기 때문이다. NC의 1군 진입 소식에 가려져 파장이 적었지만 어쩌면 향후 수년간 프로야구 흥행의 발목을 스스로 잡을 안타까운 실수일지도 모른다. 현재 10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곳은 2곳이나 있다. 수원과 전북이다. 수원은 과거 현대 유니콘스의 연고지로서 현대가 썼던 훌륭한 홈 구장의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고 전북은 광주ㆍ전남을 대표하는 기존 KIA 타이거즈와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를 이룰 만하다.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이사회에서 걷어차 버렸다. 수원과 전북은 이사회 결과에 관계없이 10구단 창단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했지만 이사회가 마음을 돌리기까지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다.
프로야구 팬들은 지난 2007년 현대 해체 후 7구단 체제로 퇴보할 뻔했던 아찔한 기억이 생생하다. 한 투자사가 나서 현대 선수들을 주축으로 넥센 히어로즈를 창단했지만 그때까지 선뜻 나서는 구단이 없어 조마조마해 했던 게 불과 4년 전이다. 당시만 해도 공멸을 두려워했던 구단들이 이제는 텃세를 부리며 프로야구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이사회의 이번 결정으로 최소 오는 2014년까지는 미국ㆍ일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홀수 구단 체제로 운영돼야만 한다. 한시 바삐 10구단 창단을 다시 논의하지 않는다면 어렵사리 이룩한 600만 관중 시대도 한때의 추억으로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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