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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마셜플랜' 유럽을 구원할까

유럽 휩쓰는 차이나머니… 伊·포르투갈 등 경제재건 종잣돈 활용

"기업운영 불투명" 반발도


중국 국가전력망공사는 지난 7월 이탈리아 국영 전력망 업체인 'CDP레티' 지분 35%을 21억유로(약 2조8,500억원)에 사들였다. 또 포르투갈 발전회사 'REN' 지분 25%를 14억유로에 매입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중국 국영 해운사 코스코는 최근 유럽의 관문인 그리스 피레우스항 운영권을 5억유로에 확보했고 지분매입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차이나머니'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특히 재정위기 이후 경기침체로 돈줄이 말라버린 유럽 재정취약국은 중국 자본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미국계 자본들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유럽에서 속속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자본은 재정취약국들의 경제재건에 종잣돈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마셜플랜 2.0'에 비유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중국의 대유럽 직접투자가 올 상반기 중 1,040억달러(822억유로)에 달했다고 헤리지티재단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자본은 주로 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 투자를 많이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이탈리아·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 등 재정취약국에 집중하고 있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의 이탈리아 투자는 총 35억유로로 2005년부터의 누적 투자액 70억유로의 절반에 달했다.

이탈리아에서는 국영전력망 업체 외에 최대 석유기업 에니와 이탈리아 전력청 에넬 지분 2.1%와 2.07%가 총 20억유로에 중국 인민은행으로 넘어갔다.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는 유럽 내 통신산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이탈리아에 리서치센터를 여는 등 지금까지 총 5억유로를 투자했다.



중국 해외직접투자(ODI)의 방향이 천연자원 확보에서 명품 브랜드나 통신·철도·전력 등 국가 기간산업 등으로 바뀐 것도 유럽 투자 확대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등은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해외자본 규제가 엄격해 중국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투자유치가 급한 유럽 재정취약국의 경우 규제완화를 통해 중국 자본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포르투갈의 경우 지난 3년간 매각한 92억유로어치의 국유재산 중 45%를 중국 자본이 쓸어 갔다.

이 같은 중국 자본의 유럽 유입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미국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던 마셜플랜에 빗대 '제2의 마셜플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루이기 드 베치 유럽 씨티그룹 회장은 "그동안 미국 자본에 의존했던 유럽이 중국에도 문호를 개방하면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고 "최근의 변화는 전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관계에서도 역사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급증하는 중국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운영 윤리나 지배구조 면에서 유럽 기준에 뒤떨어진 중국이 유럽 국가 기간시설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데 대한 반발이 크다. 파트리치아 그리에코 에넬사 회장은 "중국의 자본은 반갑지만 기업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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