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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주류의 전폭 지원을 받은 김황식 전 총리가 서울시장 경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여권의 권력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청와대와 친박주류 영향력 쇠퇴 가속화=서울에서 비주류인 정몽준 의원이 70%가 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두면서 친박주류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서청원 의원 등이 적극 나서며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중 60~70%가량이 김 전 총리를 지지했으나 정작 대의원 등 핵심당원들이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청와대와 친박 주류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전했다. 앞서 당의 심장부인 대구에서도 주류가 강하게 민 서상기, 조원진 의원이 비주류인 권영진 의원에 패했고 경남에서도 주류의 지원을 받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비주류인 홍준표 지사에게 고배를 마셨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대로 떨어지고 새누리당의 지지도도 40% 아래로 추락하면서 여권의 지방선거 승리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당장 서울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과 진검승부를 벌여야 하는 정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아들의 실언 등으로 내상을 입어 현재 여론조사에서 두자릿수로 밀리고 있다. 덩달아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주류 측의 한 의원은 "더 이상 청와대와 주류 측 의도대로 당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서청원 당 대표카드 변화 가능성=친박 주류의 뜻대로 핵심 당원들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7·14 전당대회에서 주류 측의 당 대표카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인 서청원 대표 카드의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주류 측은 전대에서 서청원 의원과 최경환 전 원내대표를 출전시켜 당권을 다시 장악하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한다는 복안이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전대는 80%는 현장투표(대의원 20%, 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20%는 여론조사 방식"이라며 "현장투표가 대의원 중심으로 치러지고 1인 2표제라는 점에서 그동안 서 대표의 당권장악은 물론 최 의원도 상위권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경선결과로 친박주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주류 측은 강력한 도전자인 김무성 의원이나 김문수 경기지사, 이인제 의원 등에게 당권이 넘어갈 경우 권력누수와 함께 당청관계가 삐그덕거릴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왔다.
만약 여권이 전대에서 서청원 카드를 접을 경우 이달 말 국회의장 경선 구도도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5일 대표직을 내려놓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우위를 점한 가운데 비주류인 정의화 의원이 추격하는 구도가 별 의미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서청원 의원이 의장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 황 대표가 국무총리 후보로 부상할 수도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 위주로 최대 20여곳의 재보선이 치러지는 7·30 재보선 결과에 따라 여권의 과반수 붕괴 가능성이 있는 것도 주류 측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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