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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찬반 엇갈린 서울시 '두꺼비하우징'

"박원순 시장이 취임했으면 당연히 유민근 SH공사 사장과 등기임원들은 일괄 사표를 낸 뒤 시장에게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울시 한 고위 공무원은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최근 SH공사의 복지부동(伏地不動)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시장이 바뀌고 새로운 정책이 실시되는 마당에 인사권자인 박 시장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게 도리인데도, 정작 SH공사 간부들은 서로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유민근 사장의 경우 오세훈 전 시장과 청와대 핵심 인사의 측근으로 불리면서 서울시의 부동산 정책을 진두 지휘한 핵심 인사로 꼽히는 탓에 서울시 안팎에서 그의 거취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나라당의 부동산 정책과 상반된 입장을 밝혀온 박 시장과 유 사장이 한 배를 타고 가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실제 서울시 고위 공무원인 행정1ㆍ2부시장도 박 시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고 신임 시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다수의 반응이다. SH공사는 다른 산하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시 적자의 '원흉'으로 꼽히면서 선거 전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이 예고된 조직이다. 그런 상황에서 수장을 맡고 있는 유 사장이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에 재신임 여부를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버티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아 보인다. 이와 관련 유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자리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전문 경영인이기 때문에 시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물러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유 사장은 본인 스스로 박 시장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지 않겠다는 말이다. 물론 유 사장의 경우 임기를 5개월가량 남겨놓은 상황인데다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됐기에 정치적인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서울시와 SH공사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예로부터 주군과 신하는 물과 고기처럼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뜻에서 수어지교(水魚之交)라 했다. 이들이 물과 고기는 아니어도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사이는 아니기를 기대한다. 임명권자인 시장에게 판단을 맡기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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