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직원 한 명을 채용하는 것과 수억원에 상당하는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연구에 의하면 잘못된 인재를 채용할 경우 그 연봉의 5배에 달하는 손실을 회사에 끼친다고 한다. 미국 기업이 이러할 때, 경직적 노동법제로 인해 퇴출이 거의 불가능한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손실이 더욱 커질 것이 자명하다. 잘못 채용된 인재가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하는 과정에서 동료와 고객, 나아가서는 기업 이미지에까지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해보면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채용은 인사관리의 시작임과 동시에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설비투자를 집행할 때 기업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달하는 검토를 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채용 과정을 보면 어떠한가. 1차 서류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가능한 절차를 모두 동원하더라도 몇 개월에 불과하다.
주요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채용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호소하고 있다. 최근 신입직원들은 학업성적, 외국어 구사능력, 외모 등이 기성세대보다 월등히 뛰어나지만, 기업의 공유가치에 대한 이해와 실무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채용은 로또'라는 한숨 섞인 푸념까지 나오겠는가.
채용실패가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개선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인턴사원 제도를 활용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를 활용함으로써 기업은 오랜 시간 다양한 인력풀을 꼼꼼하게 검증할 수 있고, 인재상에 부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입사지원자 또한 인턴체험을 통해 기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생한 현장 체험을 통해 부족한 실무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실제 실태조사 결과 인턴제도를 운영하는 대기업 중 77%가 '인턴제도가 우수인재 채용에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인턴제도는 채용과 취업시 발생할 수 있는 기업과 취업자의 실수를 줄여줄 수 있는 유용한 제도이다.
하지만 인턴제도가 우리 기업에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도입에 대한 최고경영자(CEO)의 확고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다른 기업이 하니까,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적 책임의 실행 수단으로, 혹은 정부지원금을 받기 위한 방안으로 인턴제도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인턴제도는 기업의 사활을 짊어지고 나갈 미래의 인재를 가장 정확하게 평가ㆍ선발할 수 있는 방법임을 인식하고, 효과 극대화를 위해 물적ㆍ인적ㆍ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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