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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도 아마추어는 알루미늄 배트를, 프로는 나무 배트를 쓰잖아요. 골프에도 장비에 따른 핸디캡 제도가 필요합니다."
미국의 골프용품 제조업체인 핑골프의 존 솔하임 회장이 던진 이 한마디에 세계 골프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핑은 20일(이하 한국시간) "솔하임 회장이 장비에 따른 새 핸디캡 시스템을 특허 출원했다. 세부내용은 21일 공개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추어 골퍼의 핸디캡은 기준타수(보통 72타)를 초과한 타수를 수치화한 것이다. 현재 각국 골프협회가 핸디캡 증명서를 발급하는데 플레이를 한 코스 난이도까지 감안해 0~36의 핸디캡을 정하는 게 보통이다. 솔하임의 주장은 코스 난이도에다 장비를 토대로 한 핸디캡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구식'인 퍼시몬(감나무 소재) 드라이버로 80타를 치는 골퍼는 요즘 누구나 쓰는 티타늄 460cc 드라이버로 같은 타수를 치는 골퍼보다 핸디캡을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코스 난이도만 나와있는 스코어카드에 사용하는 장비의 정보까지 기입하는 게 필수다. 핑은 "클럽은 물론 볼에도 비거리에 따라 등급을 매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솔하임 회장은 새 핸디캡 제도 전파에 팔을 걷어붙인 이유로 "다양한 수준의 골퍼들에게 골프에 대한 재미를 유지시켜주기 위함"이라고 말했지만 악화일로의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키려 묘수를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일부 아이언과 웨지의 그루브(클럽 페이스에 파인 홈) 깊이ㆍ폭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골프클럽을 몸에 고정시켜 스트로크 할 수 없다는 사실상의 롱 퍼터 금지 조항을 골프규칙에 추가하기로 했다. 용품업체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한창 구매 바람을 일으키던 롱 퍼터의 경우 최근의 규제로 갑작스럽게 판로가 좁아지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 솔하임 회장이 내놓은 새 핸디캡 제도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장비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어서 업계 전체에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낼 만하다. 국내에도 시니어들을 중심으로 고반발 드라이버 사용률이 높듯 아마추어들에게 USGAㆍR&A의 장비관련 규칙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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