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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롬니의 자충수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미국 대선판도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오바마가 잘했다기보다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연이어 자충수를 둔 까닭이다.

지난 봄 플로리다의 한 저택에서 최소 5만달러를 내는 후원자들을 모아놓고 "47%의 미국인들이 정부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여기고 있다. 이들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다"고 발언하는 롬니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는 그 결정판이다. 롬니는 '우아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마지못해 실수를 인정했지만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후보였던 오바마도 근로계층에 대해 "총이나 종교에 집착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가 혼쭐나기는 했어도 이처럼 파장이 크지 않았다.

일반 대중 앞에서 하는 발언과 소수의 후원자들을 두고 하는 말이 같을 수는 없지만 롬니의 경우 그 간극이 너무 컸다. 많은 미국인들이 실수라기보다는 백만장자 후보가 숨기고 있던 본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여길 만하다.

지난주 말 여론조사에서 플로리다ㆍ버지니아ㆍ오하이오ㆍ콜로라도 등 '경합주(스윙스테이트)'에서 롬니의 지지율은 오바마에 3~4%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차한계로 인정되는 2~2.5%를 벗어난 것이다.



롬니는 공화당의 적자가 아니다. 중도적 이미지에다 몰몬교라는 종교적 '불리함'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전당대회 직전까지도 공화당 지지기반을 고정시키는 데 힘을 쏟아야 했다. 공약도 공화당 내 보수세력의 요구에 맞춰 보수 색채를 더욱 짙게 했다. 선거 최대 이슈인 경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오바마의 실정을 공격하는 데 매달렸다. 여기에 잦은 말실수까지 더해지면서 비즈니스맨 출신 후보의 합리성과 실용성에 기대를 걸었던 부동층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40여일 남은 대선에서 남은 변수는 ▦다음달 3일부터 진행될 세 차례의 후보토론 ▦수억달러를 확보한 슈퍼팩(Super Pac)의 돈 선거 위력 ▦미국 내 대형안보 이슈의 돌출 등 세 가지다.

이 같은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롬니가 판세를 뒤집고 역전승을 거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이는 선거자금을 끌어모으고 보수세력의 지지획득에만 골몰해 전체 국민들을 끌어안지 못한 그가 자초한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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