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기업어음(CP)을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이 오는 10월까지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동양그룹은 '형제회사'인 오리온그룹 대주주의 주식으로 신용보강을 받아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해 CP를 상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리온이 자금난에 처한 동양그룹 지원안에 발을 담그는 것에 대해 오리온 투자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현실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12일 금융감독당국에 따르면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을 만나 "만기가 돌아오는 CP를 상환하지 못하면 개인투자자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오너를 포함한 경영진이 책임지고 그런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너의 사재를 출연해서라도 CP를 상환하라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0월24일부터 금융투자업 규정이 바뀌어 계열사의 투자부적격 등급을 받은 회사채와 CP는 계열증권사에서 팔 수 없고 그 직접적인 대상은 동양"이라면서 "늦어도 10월까지는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5개사가 발행한 CP는 1조1,000억원어치에 이르며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 만기가 돌아온다. 당국은 이 중 개인이 매입한 5,000억원가량의 CP는 불완전판매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동양의 회사채 또한 개인투자자에게 불완전판매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국 관계자는 "동양 계열사의 회사채를 계열증권사가 단골 개인고객에게 팔고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면서 "10월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는 사실을 알리지 않아도 불완전판매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금융감독당국의 이 같은 요구에 동양그룹은 형제회사인 오리온그룹의 대주주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동양 계열사 자산을 담보로 5,000억~1조원의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발행할 테니 이들이 가진 주식을 바탕으로 신용보강을 해달라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고 이양구 동양 창업주의 부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최근 장녀인 이혜경 동양 부회장과 차녀인 이화경 오리온 부회장과 지원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담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 주식을 각각 86만5,204주(14.49%), 77만626주(12.91%)를 갖고 있다. 12일 종가 기준으로 오리온의 주당 가격은 97만3,000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동양을 압박한 만큼 오너 일가 측에서도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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