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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인사이드] 중고 명품시장 "백화점 안 부럽네"

"명품, 싼 값에 돌려쓸수 있어 좋아요"… 깍장녀들 '북적'<br>"500만원짜리 샤넬백 200만원에 사고 다른것 더 사겠다"<br>'소유'서 '순환'으로 욕구 변화… 압구정 일대 중고숍 즐비<br>급전 필요한 사람이 주 공급원… '전문 수리점'도 호황





명품계의 알뜰족이라 할 '깍장녀(깍쟁이와 된장녀의 합성어로 합리적인 명품 쇼핑족을 이름)'들이 명품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실리를 추구하는 이들의 소비 트렌드가 부자들의 사치품으로만 여겨졌던 명품 시장에 '중고 명품 매장'이라는 새로운 유통 채널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일대의 메인 도로와 이면도로 요소 요소에는 구구스, 아임코코, 캐시캐시, 고이비토 등 중고 명품 숍들이 즐비하다. 지난 25일 찾아간 이들 명품 숍에는 '심 봤다'아이템을 건지려는 고객들이 수시로 들락거리고 있었다. 구구스를 자주 찾는다는 한 쇼핑객은 "이젠 명품의 정체성도 단순히'소유'하는 것에서 '순환'하는 것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백화점에서 500만원을 주고 샤넬백 1개를 사느니, 중고 숍에서 샤넬백 200만원 짜리를 사고 남는 돈으로 발렌시아가 백과 지미추 신발, 에르메스 스카프, 톰포드 선글라스를 더 구매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 고객의 설명은 '중고(中古)'와 '명품(名品)'이라는 언뜻 형용 모순으로 들리는 시장이 만개(滿開)하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중고 명품시장 "어느새 1조 규모"=명품은 사람들로 하여금 모순 감정을 생기게 만든다. 최고를 지향하는 철학과 자부심의 표상으로 여겨지다가도, 어떤 때는 허영이 낳은 과소비의 대상일 뿐이라는 질시 어린 비판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품에 대한 선망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중고 명품 시장이 커진 배경에는 합리적인 쇼핑에 익숙한 실속파들 조차도 끊기 힘든 명품 소유 욕망이 자리한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고 명품 시장의 규모를 1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올해 백화점 내 명품 예상 매출(2조3,000억원)의 43%, 전체 명품 시장 매출(5조원)의 25%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특히 중고 명품숍은 사치와 부의 대명사인 명품이 대중화되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명품 업계 소식통은 "중고 명품 판매 시장이 그 싹을 틔운 것은 2000년대 초반 무렵"이라며 "2005년 이후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몰라보게 성장하면서 중고 명품 숍들도 온ㆍ오프 라인 영업을 전 방위적으로 벌려 몸집을 불렸다"고 소개했다. 명품숍의 아지트라 할 수 있는 서울 압구정 일대에만 이런 중고 명품 숍이 30여개나 들어섰고, 전국적으로는 100여개가 훨씬 넘는 중고 명품 숍이 성업 중이다. ◇실속파 "명품은 돌려 쓰는 것"=중고 명품 숍은 기존 유통 채널로는 충족되기 힘든 고객의 다양한 욕구와 수요를 맞춰주고 있다. 이들 매장에서는 명품의 위탁 판매, 매입 기능은 기본이고, 예전 급전 창구였던 전당포가 맡았던 담보대출 등 금융기능도 맡는다. 특히 고객의 입장에서 명품을 시중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능은 중고 명품 숍의 생명선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40대 초반의 한 고객은 "캐주얼한 백은 자주 사용해서 질리고, 파티 등에 들고 다니는 백처럼 연간 3~4번 밖에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들은 유행을 타서 교체 수요가 생긴다"며 "이럴 때 중고 숍을 활용하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서도 원하는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상 중고 숍들이 가져가는 위탁 수수료는 상품 판매가의 15%선(의류는 20~25%수준)으로, 물건이 팔리면 판매를 맡긴 고객에게 수수료를 뗀 나머지 돈을 송금하는 구조다. 환금성이 좋아 명품을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제로 선물로 받은 명품 시계나 백을 돈으로 바꾸려는 유흥업계 여 종업원 등의 고객이 적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귀띔한다. 가져갈 수 있는 현금은 제품의 상태 및 제품 수요 등에 의해 결정된다. 압구정동에서 중고 명품 숍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우리가 주로 상대로 하는 고객은 스마트한 된장녀들"이라며 "이들은 장롱에서 잠자던 명품을 일종의 벼룩 시장에 내놓고 활용하는 데 능하다"고 말했다. 중고 명품 숍이 돌아가는 방식은 기업 못지 않다. 그만큼 운영 방식 등이 시스템화 하고 있다. 서울 4곳, 경기와 대구 각 2곳, 부산 1곳 등 전국적으로 9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구구스를 비롯해 아임코코, 캐시캐시 등 메이저 업체의 경우 소식지나 e-메일을 통해 관리하는 회원수만 해도 대략 2만~3만명에 이를 정도. 이들 업체의 온라인 고객 게시판에는 명품의 위탁판매, 매입 등과 관련한 문의가 하루 평균 100~200여건 이상 달릴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구구스의 경우 전국에서 거래되는 매매 건수가 하루에 200~300개 수준에 달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명품을 담보로 급전을 구하는 이들도 많다. 한 번에 명품 4~5개를 가져와 돈을 빌리는 20대 여성이 있을 정도로 이용객이 적지 않다는 후문.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평균 월 4%의 이자를 받으며 급전은 제품 가격의 25%선에서 결정되는 게 대부분이다. 중고품이니 만큼 제품이 팔리는 가격이 원래 가격의 절반 정도가 많고 그 가격의 50%선이 바로 급전으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이 되는 셈이다. ◇명품 수리점 등 파생 산업도 호황=중고 숍이 번창하면서 전문 수리점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일대만 해도 일반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명동사를 비롯해 구구스가 운영하는 핸디맨 등 얼추 잡아도 5군데가 넘는다. 명동사의 경우 명동에만 3곳, 압구정 2곳, 부산 2곳 등 총 7곳에 이른다. 온라인으로 수리 신청을 받기도 하고, 택배로 물건을 보내면 수리 감정을 해주는 등 웬만한 서비스는 모두 가능하다. 명품 고객들이 이들 수리점을 찾는 이유는 수리가 빠르고 가격도 해당 매장에 맡기는 것보다 평균 30%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명품을 본사를 통해 서비스 받을 경우 적게는 1개월, 많게는 수개월은 보통이지만, 명동사 등을 통하면 1주일 정도면 충분하다. 그래서 롯데백화점 본점 인근 명동사에는 항상 사람이 붐빈다. 여기에서 새 것으로 거듭나는 명품 개수만도 100여개 정도에 달한다. 한 중년의 여성 고객은 "인터넷을 통해 수리 감정가를 받고 수리를 맡기곤 한다"며 "수리점의 규모는 작지만 안 되는 게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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