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 폴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 (우) 리제르바 듀깔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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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미셀 피카르. (우) 크리스탈 샴페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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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와인에 얽힌 스토리
맛과 향취 더하죠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좌) 폴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 (우) 리제르바 듀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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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미셀 피카르. (우) 크리스탈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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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언제 어느 때나 즐길 수 있는 술이 되면서 특별한 날에는 와인 선물이 빠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와인은 여전히 선물하기 까다로운 품목 중 하나다.
선물 받는 사람의 취향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포도 품종이나 생산지, 와이너리 종류가 많고 사람마다 취향도 가지각색이다 보니 상대방이 마음에 들만한 와인을 제대로 고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
와인 선물을 고르는 게 부담스럽다면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따라보자. 비법은 그저 유명하고 남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다. 바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는 와인을 고르는 것이다.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라면 선물을 주고 받으며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와인에 얽힌 역사나 사연을 이야기 하다 보면 어색한 자리는 편안해지고 와인의 맛은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윈스턴 처칠의 샴페인-폴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
축하연에선 빼놓지 않고 마시는 샴페인에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의 검은 리본이 달려 있다면 과연 무슨 의미일까.
50년 역사의 샴페인 명가 ‘폴로저’에서 생산하는 대표 샴페인 ‘폴로저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의 병목에는 검은 리본이 그려져 있다. 이 리본은 1965년 91세의 나이로 서거한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한 것이다.
본래 ‘폴로저’는 윈스턴 처칠이 즐겨 마시던 샴페인으로 1908년 폴로저 샴페인을 처음으로 맛 본 윈스턴 처칠은 그 맛에 반해 평생 단 하루도 빠짐없이 폴로저를 마셨다고 한다. 폴로저는 처칠 경 단 한 사람만을 위해 2만 병의 샴페인을 따로 보관해 두기까지 했다.
그러다 65년 처칠이 사망하자 폴로저는 샴페인 병목에 검은 리본을 달아 처칠의 서거를 알리고 조의를 표했다. 축하의 상징인 샴페인에 검은 리본을 단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으나 그 만큼 처칠의 상징과도 같은 와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 처칠 서거 10주년 이었던 1975년에는 ‘뀌베 써 윈스턴 처칠(Cuvee Sir Winston Churchill)’이라는 폴로저 최상의 브랜드를 출시하며 처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는데 ‘프레스티지 뀌베(Prestige Cuvee)’란 각 하우스를 대표하는 최고 샴페인을 이르는 말로 오늘날 폴로저를 대표하는 샴페인 역시 이 와인이다.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의 양조법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폴로저의 가족 외에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 한다. 단 블렌딩 비율에 있어 윈스턴 처칠의 꿋꿋한 정신과 캐릭터를 반영했다는 것만 알려져 있다.
최고의 빈티지만 한정 생산되는 ‘뀌베 써 윈스턴 처칠’은 강하면서도 섬세한 버블의 기운과 탄탄한 바디감이 돋보이는 우아한 샴페인이다. 옅은 골드 빛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가늘고 섬세한 기포가 상큼한 과일향과 은은한 커피향, 견과류 향과 어우러져 풍성한 아로마를 형성한다. 가격은 45만원.
◇공작을 위해 예약된 와인-리제르바 듀깔레
이탈리아 끼안티 지방에서 생산되는 ‘리제르바 듀깔레(Riserva Ducale)’는 일명 ‘공작의 와인’이라고 불린다.
1890년 이탈리아 북서부 아오스타 지역의 한 공작이 루피노의 와이너리에 있는 와인들을 시음해 보고 가장 맘에 든 와인을 자신에게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루피노에서는 와인통에 ‘공작을 위해 예약된 와인’이라는 의미로 ‘리제르바 듀칼레(Riserva Ducale)’라는 문구를 와인 초크로 표기했는데 이것이 유래가 돼 와인 이름이 ‘리제르바 듀깔레’가 됐다.
이 와인은 미국 내 이탈리아 와인 중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면서 ‘뉴요커의 와인’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와인 전문지 ‘와인 앤드 스피릿’은 지난해 4월호에서 ‘미국 레스토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이탈리아 와인’으로 이 와인을 꼽았고 ‘와인 스펙테이터’는 ‘뉴욕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와인’으로 선정한 바 있다.
리제르바 듀깔레가 뉴요커의 와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비단 리서치 결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뉴욕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리제르바 듀깔레를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도 여주인공 앤 해서웨이의 입사를 축하하는 파티에서 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리제르바 듀깔레’는 루비색을 띤 풀바디 와인으로 각종 육류와 잘 어울리며, 파스타 같은 이탈리아 음식과도 환상적인 궁합을 이룬다. 가격은 6만5,000원.
◇김정일 위원장의 16년 동반자-미셀 피카르
‘김정일 와인’으로 불리는 와인은 예상과 달리 국산 와인이 아닌 1951년 설립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명가 ‘미셀 피카르(Michel Picard)’의 와인이다. ‘미셀 피카르’와 김 위원장이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
‘미셀 피카르’ 관계자에 따르면 16년 전 북한 대사관에서 ‘순택’이란 사람이 찾아와 여러 가지 와인을 맛본 후 15가지 품목의 와인을 12병씩 구입해 갔다고 한다. 이후 그 사람은 매년 한 차례도 빠짐없이 ‘미셀 피카르’의 와인을 구입해 갔다.
특히 ‘미셀 피카르’ 와인 중 ‘코트 드 뉘 빌라주(Cote de Nuits-Villages)’는 2007년 김 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가졌던 정상회담에서 건배주로 채택돼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TV로 생중계 되는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여러 와인 중 망설임 없이 ‘코트 드 뉘 빌라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코트 드 뉘 빌라주’는 물론 ‘미셀 피카르’에서 만든 그 어떤 와인도 국내에선 판매되고 있지 않았는데 생중계 이후 와인 애호가와 수입업체들이 주목하면서 수입권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 속에 국내 수입이 시작됐다. 현재는 와인 수입회사 금양인터내셔날이 판매하고 있다. 7만원.
◇독살에 대한 황제의 불안이 낳은 샴페인-크리스탈 샴페인
루이 로드레사의 크리스탈(Cristal)은 ‘샴페인의 가장 아름다운 표현’이라는 찬사를 받는 세계 최고급 샴페인이다. 창업주인 루이 로드레는 1833년 삼촌으로부터 와이너리를 물려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개명한 후 초창기 10만병 수준이던 판매량을 70만병까지 키워놨다.
그 후 그의 아들 루이 로드레 2세가 연간 판매량을 250만병 규모로 성장시켰는데 이는 당시 상파뉴 지역 전체 샴페인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당시 어마어마한 양의 샴페인이 러시아와 미국 등 세계 시장으로 수출됐는데 루이 로드레에서 생산하는 샴페인을 러시아 짜르 알렉산더 2세가 각별히 아끼면서 100여년 간 황실 전용으로 독점구매하는 와인이 됐다.
독점적으로 물량을 대기까지 루이 로드레 2세는 상파뉴 지방까지 직접 와서 샴페인 제조 공정을 둘러볼 수 없었던 짜르를 위해 샴페인 제조 공정을 그림으로 그려 보여주고 샴페인 병을 크리스탈로 만들었다고 한다.
‘크리스탈 샴페인’을 투명한 크리스탈 병에 담은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샴페인이 일반 샴페인과 다르게 만들어지길 원했던 알렉산더 2세는 “샴페인 병이 내 시야를 가리지 않도록 투명한 병에 담으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사실 알렉산더 2세는 항상 독살의 위협을 느껴 이 같은 주문을 했던 것이다. 루이 로드레 2세는 투명한 크리스탈 병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 밑바닥도 오목한 모양 대신 평면으로 만들어 육안으로도 샴페인 병 내부가 깨끗하게 보일 수 있도록 했다.
흔히 샴페인은 빈티지가 없는 경우가 많지만 크리스탈 같은 최고급 샴페인에는 빈티지가 표기된다. 크리스탈은 작황이 좋을 때에만 생산하는 빈티지 샴페인으로 매년 35만병만 생산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한정된 사람만 맛볼 수 있다.
크리스탈은 병입 후 평균 5년을 지하 저장고에서 숙성시키고 병목 쪽에 모인 찌꺼기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6개월 이상의 휴식까지 취하고 출시되는 하나의 작품이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절묘하게 블렌딩 돼 여운이 긴 것이 특징이다. 6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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