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구상에서 가장 열이 많이 나는 곳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 합의안 도출에 동분서주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4일(현지시간) 미구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출입기자단(UNCA) 송년 만찬행사에서 던진 질문이다. 정답은 '기자회견장'이었다. 반 총장의 질문과 동시에 행사장에 비쳐진 영상물에는 반 총장이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리는 반 총장이 애로를 토로하면서도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을 촉구한 셈이다. 반 총장은 유엔 출입기자단의 송년만찬 때면 이 같은 위트와 재치로 기자들에게 웃음을 줘왔다. 이날 반 총장은 연설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기계를 특별히 가져왔다"고 말해 기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반 총장은 "이 기계는 내가 지금 말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마음속에서는 어떤 생각이 이뤄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소개한 뒤 기계를 작동했다. 그러자 스크린에는 해독 불가능한 기호들이 나열된 화면이 떠올랐다. 그러나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실 문은 기자들에게 항상 열려 있다"고 하자 영상에는 복잡한 미로가 등장했다. 반 총장은 이어 "이 복잡한 미로에서 길을 잃지 않고 찾아올 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반 총장이 "새 대변인을 뽑는 데 가장 일을 맡기고 싶어했던 사람은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영상에는 반 총장을 가장 혹독하게 비판했던 미국의 한 인터넷 블로거 기자의 얼굴이 등장했다. 이 같은 반 총장의 유머 감각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편 이날 영화배우 니컬러스 케이지는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후원자로 아프리카 등의 소년병사 문제와 무기밀매 퇴치활동 등에 나선 공로로 유엔 출입기자단이 뽑은 '올해의 세계시민상'을 수상했다. 또 유엔 마약범죄사무국(UNODC) 친선대사로도 임명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