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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는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 금통위원은 “(10일로 예정된 8월 통화정책회의가) 올 들어 가장 골치가 아프다”며 콜금리 결정을 앞에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지속돼온 긴축기조를 이어가느냐, 잠깐 설 것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정책 변환기의 정점에 와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시계열 흐름으로는 마지막 기회인데…=한은이 내부적으로 판단하는 ‘적정금리’는 4.75~5% 안팎. 적정금리까지는 0.5%포인트의 추가 인상이 필요하고, 금통위원들 스스로가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통화정책이 긴축기조를 이어왔던 것도 이 같은 타깃과 연결돼왔다. 문제는 시기와 속도를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으로 전문가들은 금리를 올릴 경우 8월 금통위가 마지막 기회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 속도로 볼 때 9월 이후에는 인상 여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월에 올릴 기회를 잡으려 한다면 인상의 명분은 세계적인 금리인상 추세에 물타기하는 것밖에 없다”며 “하지만 다음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0일 열리는 만큼 다음달에는 미국의 금리 움직임을 보고 정책 결정을 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표로는 올릴 명분 적어=하지만 경기지표들만 갖고 따지면 금리를 올릴 명분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줄기차게 ‘소프트패치(경기 상승흐름 속 일시 하강)’를 주장해온 한은의 기대와 달리 경기 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경기선행지수 하락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데다 수출 증가세도 무뎌지고 있고 경상수지 적자기조에 심리지표들도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한은도 이 점에 주목한다. 한은이 낙관론의 전제로 내세웠던 ‘유가와 환율이 크게 출렁이지 않는다’는 가정도 흔들리고 있다. 유가가 파죽지세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는데다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았던 환율마저 하락세로 전환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와 물가 안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여당과 정부에서 매일같이 쏟아내는 ‘금리동결’ 주문도 한은을 괴롭히고 있다. ◇한은 총재의 딜레마=그렇다고 이런 점만을 생각해 금리를 결정할 수도 없다는 것이 이성태 한은 총재의 고민이다. 금리동결을 주문하는 여당의 공세에 ‘선제적 인플레 대응’을 외치면서 맞서왔던 이 총재로서는 ‘경기 하강’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포지션을 바꿀 수도 없는 처지다. 8월 금리결정이 단순히 ‘콜금리 0.25%’가 아닌 향후 한은 총재의 정책적 운신 폭과 연계돼 있다는 해석은 바로 이 총재가 밟아온 행보와 연결돼 있다. 금통위를 하루 앞두고 9일 열리는 한국경제학회 콘퍼런스에서 이 총재가 어떤 발언을 꺼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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