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은 취임 보름 만인 16일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우리 군은 수년에 걸쳐 전과 다른 긴장 속에서 전투형 강군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국민들은 군을 정직하지 않은 군대, 기강이 해이해진 군대, 작전 태세가 미흡한 군대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임 장관이 군을 이토록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전임인 김관진 장관이 안보실장으로 영전해 군과 안보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에서도 '군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한 점은 국방부가 안보와 개혁을 주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국방개혁은 폭넓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장관이 모두발언 말미에서 "국민들은 군 간부들이 기존의 생각의 틀을 깨고 나와 국방을 혁신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한 대목에 미뤄볼 때 강도 높은 혁신이 예상된다. 김종대 디팬스21+편집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대개조의 일환으로 군 개조론도 떠오를 수 있다"며 "2기 내각에서는 장관들이 책임지고 개혁을 추진하라는 분위기 속에서 한 장관에게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장관은 우선 GOP 총기사고 후속대책을 오는 24일께 직접 발표하면서 개혁의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크워크 대표는 "전임자가 대북 경계태세에 중점을 뒀다면 전략통인 한 장관은 미래지향적 군 구조 확립에 정책의 무게를 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 장관의 국방혁신은 조용하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전임자들이 강조했던 북한 도발시 원점 타격과 교전수칙 등도 한 장관이 합참의장 시절 마련한 것"이라며 "바깥으로는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로 볼 때 외형보다 내실이 중시되는 가운데 방산 비리 척결, 전방 근무환경 변경, 경계구조의 근본적 변화 등이 추진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회의 어느 부문보다 조직의 안정성과 정책 일관성이 중시되는 군의 특성상 혁신이 오히려 기강을 해치고 효율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발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김 편집장은 "흐트러진 인사의 공정성부터 바로 세워나가야 혁신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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