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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하성용 항공우주산업 사장

FA-50 10개국 수출 협상 … 항공산업 신성장동력 만들 것

이라크 21억달러 수주 후 태국·폴란드 진출 전망 밝아져

70~80인승 민간항공기 개발 등 민수분야 신사업도 추진

2020년 7500억달러 세계시장 5% 점유 … 매출 10조 예상



"항공산업을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하성용(사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은 서울 중림동 KAI 서울사무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항공산업은 창조경제 구현에 딱 어울리는 분야"라며 "항공기를 많이 팔면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최근 이라크에 21억달러(약 2조2,300억원) 규모의 한국형 경공격기 FA-50(T50-IQ) 수출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하 사장은 요즘 사천 공장과 서울사무소를 수시로 오가며 국산 기술로 만든 항공기의 글로벌 브랜드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의 포부는 단순히 꿈이 아닌 현실로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신사업으로 70~80인승 민간 중형 항공기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는 포부를 내놓으며 항공산업을 국내 대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하 사장은 우리나라 방산수출 사상 최대규모로 기록될 FA-50의 이라크 수출에 대한 감동을 아직 가라앉히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수출 성사 과정에서 제품 성능에 대한 자부심을 느꼈다"고 했다.

하 사장은 제품 성능에 대해 "상당히 인정받고 있다"며 "필리핀과 보츠와나·태국·아제르바이잔·페루·칠레 등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나라들과 인도네시아·르완다·폴란드 10여개 국가와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필리핀·태국·페루 등 중진국 이하 국가들은 전투기도 되고 훈련기도 되는 기종을 원하는 니치마켓이 있는데 이런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게 KAI밖에 없어 지금 말한 국가들이 모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낙관적이다. 하 사장은 "제일 큰 부분은 미국에 수출하는 T-50 계열 항공기"라며 "내년 3~4월께에 미 정부에서 사업설명회를 하는데 그때부터 사업 시작으로 보면 되고 오는 2016~2017년께에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국가적인 대사업만큼 정·관·군이 합심해서 임해야 우리가 수주에 성공할 수 있고 그렇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이라크 수주도 정부의 지원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 사장 집무실에는 지난 5월 수리온 전력화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의 수리온 탑승 사진과 직접 쓴 휘호가 걸려 있었다. "대통령께서 저번 행사 때 오셔서 치하도 해주시고 헬기에도 탑승하시고 글도 적어주셨다"며 "이번 이라크 수주에도 이라크 정부에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는 대통령의 서신이 있었던 것이 수주에 큰 도움이 됐다"고 귀띔했다.

해외 수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에게 또 하나의 화두는 바로 '신사업 구상'이다. 그는 "항공산업은 방산에 한정돼 있지만 민수는 굉장히 폭넓게 포진돼 있다"며 "지금은 방산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KAI가 성장하기 위한 모멘텀은 민수 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해외수출과 민수 위주, MRO 사업, 우주 사업 등 먹거리를 늘려가려고 하고 있고 그게 다 합쳐지면 항공만 200억달러, 우주 포함하면 더 큰 금액이 우리의 20년 먹거리"라고 힘줘 말했다. 덧붙여 그는 "2020년 부터는 현재 1조 6,000억원하는 매출을 10조원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부적인 전략도 설명했다. 하 사장은 "민항기 시장으로 가야 한다"며 "대형기는 미국·프랑스 장벽이 심해서 우리는 비즈니스 제트기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 제트 쪽, 길게 보면 70~80인승 중형 항공기까지 할 계획으로 해외에서 공동 개발할 수 있는 협력업체를 물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준비작업도 하나둘 진행되고 있다. 그는 "에어버스나 보잉에 연간 8억~9억달러의 날개 동체 등을 수출하는데 이것이 우리 매출에서 40~45%가량 차지하고 있다"며 "원화로 환산해서 현재 8,000억원까지 정도에 이르고 있는 이 부분의 매출을 앞으로 연간 1조5,000억원에서 2조원까지 늘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MRO 사업은 유지(Maintenance), 리페어(Repair), 오퍼레이션(Operation)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것인데 이 역시 또 다른 먹거리"라며 "우리가 순수 개발한 것 등 납품하는 제품이 현재 1,000대가 넘는데 비행기는 30~40년 운영되는 만큼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MRO 사업이 진정한 캐시카우"라고 말했다.

그는 항공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미국이 전자는 물론 자동차까지 안방을 다 내줘도 항공만은 세계 항공시장의 60%를 점유하면서 지키고 있다"며 "F-35도 구매할 때야 우리가 갑이지만 구매가 끝나면 우리가 사정을 해야 하는 입장으로 바뀐다"며 국산 MRO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만든 항공기라면 우리가 수리하고 우리가 부품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때문에 국산항공기를 개발해야 하고 또 후속 지원하는 MRO 사업을 해야 하며 그래서 국토해양부와 이야기하고 있고 일본의 JAL과도 MOU를 맺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세계 항공시장이 금액으로는 자동차랑 맞먹으며 (자동차를) 곧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지금 세계시장이 4,600억달러인데 우리가 27억달러로 시장점유율이 0.5%인데 오는 2020년에는 7,5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때쯤이면 세계 시장 점유율이 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핫이슈인 KAI의 매각작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하 사장은 "매각은 주주들이 있는 만큼 내가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열심히 경영해서 매출을 올리고 기업가치도 끌어올리면 해소될 문제"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런데 신경 쓸 여유도 없다"며 "연간 매출 성장률을 20% 이상 내겠다는 목표에만 매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투자자를 위한 주주배당을 해마다 늘려가고 있다"며 "하지만 배당을 통한 현금창출도 중요하지만 기업이라는 것은 자산가치를 늘리기 위해 투자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공산업이 고용창출 산업이라는 것도 강조했다. 그는 "항공기는 전부 손으로 만든다"며 "매출이 1조 6,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7배 늘면 고용도 정비례해서 늘어나는데 최첨단 산업이면서 이렇게 고용창출이 되는 산업이 없다"고 강조했다.

He is…

△1951년 경상북도 영천 △1977년 고려대 법학과 학·석사 △1978년 대우중공업 입사 △1999년 한국항공우주산업 재무실(이사) △2005년 한국항공우주산업 경영지원 본부장(전무) △2010년 한국항공우주산업 부사장 △2011년 한국항공우주산업 고문 △2011년 성동조선해양 사장 △2013년 5월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먼저 마음 열자" 협상단 24시간 배려 … 방탄조끼 입고 이라크 누비기도

■ 이라크 수출 성공하기까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T-50을 이라크에 최종 수출하게 되기까지 하성용 사장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진심을 갖고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방도 반드시 마음을 연다"는 신념으로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그는 KAI 실무진에게 "이라크 협상단을 형제처럼 대하라"고 지시하며 이라크 협상단이 한국에 머무를 때면 항상 이라크 측이 투숙한 호텔 근처에 같이 투숙하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24시간 대기하고 배려하도록 했다.

한 번은 협상이 길어져 이라크 협상단 중 일부가 과로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그러자 그는 실무진으로 하여금 곧바로 병원 응급실로 같이 이동해 치료를 돕도록 했다. 이러한 하 사장의 신념은 신뢰로 이어졌다. 그리고 신뢰는 난관도 뚫어냈다.

최종 계약 협상을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이라크 협상단은 대금 지불 방법과 관련해 이전까지 논의해온 것과는 다른 공격적인 조건을 새롭게 제시했다. KAI 협상단은 난감해졌다.

이라크 측이 제시한 조건을 100% 수용할 경우 KAI가 손해를 보는 상황. 이라크 협상단과 하 사장의 릴레이 전화통화가 이어졌다. 그동안 다져온 신뢰를 바탕으로 장시간의 논의 끝에 결국 KAI와 이라크 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묘안을 낼 수 있었고 결국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하 사장은 위험한 이라크 방문도 주저하지 않았다. 사실 이번 수주는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켜야만 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체코 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도 하 사장은 이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이라크로 날아갔다.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차량에 탄 채 기관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사막의 땅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하 사장의 이런 모습에 주이라크 일본대사는 "위험한 이 땅에 일본 기업들은 오라고 해도 잘 안 들어 오는데 한국 사람들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오는 진취성과 도전정신이 있다"며 부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하 사장은 공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는 "이라크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데 그 이유를 들어보니 옛날에 중동 건설 붐 때 진출했던 분들과 자이툰 부대가 굉장히 열심히 하면서 이런 이미지를 심어놨다더라"며 "민·관·군 이 힘을 합쳐 이룬 성과인 만큼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이라크 진출이 많아지길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사진=이호재기자

/대담=문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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