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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1958년 이 땅을 밟은 후 사재를 털어 피난민에게 밀가루와 옷을 나눠주고 전쟁고아들을 돌보고 가르쳤다. 1977년 그가 문을 연 조산원은 인근에 병원이 생겨 1992년 폐업할 때까지 2만6,000여명이 태어나는 요람이 됐다. 가난한 학생들의 자립을 도우려 1965년 설립한 기술학원은 한독여자실업학교로 발전했고 2009년에는 명칭이 부산문화여자고등학교로 바뀌었다. 2015 국민추천포상 최고등급인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자로 선정된 안톤 트라우너 신부의 사연이다.
행정자치부는 트라우너 신부를 포함한 국민추천포상 수상자 68명을 확정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여식을 연다고 23일 밝혔다. 국민추천포상은 사회 곳곳에서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희망을 북돋운 숨은 공로자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고 정부가 포상하는 제도로 2011년 처음 시행됐다.
국민훈장 모란장은 트라우너 신부 외에 '신양 할아버지' 고(故) 정석규 전 신양문화재단 이사장도 선정돼 추서된다.
정 전 이사장은 44년간 451억원을 학교와 복지관 등에 쾌척한 '기부 천사'다. 2001년 자신이 일군 태성고무화학을 전문 경영인에게 매각한 후에도 기부를 꾸준히 실천해 2013년에는 신양문화재단(189억원)을 서울대에 희사했다. 아호인 '신양'은 태양을 믿는다는 뜻으로 '힘들어도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믿음으로 세상을 밝게 만든 고인의 삶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효녀 가수'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진 가수 현숙(본명 정현숙)은 꾸준한 봉사활동으로 추천을 받아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이 밖에도 △올해 5월 부산에서 음주운전 뺑소니 교통사고 피해자를 구조하고 가해자 검거에 기여한 '빨간 가방 여고생' 김영희(17·부산성심보건고) 학생 △올해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여성 2명을 구조한 숨은 의인 박제화(60)씨 △17년간 인명 구조를 도운 한국인명구조견협회 △시각장애인 6명으로 구성된 밴드 '4번 출구' 등이 올해 국민추천포상을 받는다.
시상식에서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포상을 하고 정종섭 행자부 장관이 수상자 및 가족과 오찬을 함께한다.
올해 국민추천포상에는 어느 때보다 많은 722건의 추천이 접수됐다고 행자부는 전했다.
정 장관은 "올해는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분이 유난히 많아 국민추천포상의 의미가 더욱 크다"면서 "국민추천포상이 더 확대·발전돼 우리 사회에 나눔과 배려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추천포상은 그동안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 고(故) 이태석 신부, 노량진수산시장 '젓갈할머니' 유양선씨, 33년간 한센인 봉사에 헌신한 강대건씨, 60년간 제주도 발전에 힘을 쏟은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 신부 등 총 150명이 수상했다. /한영일기자 hanu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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