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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김석동 위원장의 안이한 상황인식

“집 주인이 망하지 않기만을 기도해야죠.”

이른바 ‘깡통전세’실태를 취재하면서 만난 한 세입자의 말이다. 전세금을 떼일까 불안해 하면서도 이사할 곳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 태산이었다. 방법을 못 찾은 그는 결국 “집 주인에게 별 일이 없어야 한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깡통전세란 집값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주인의 주택담보대출금과 전세금을 충당하지 못하는 집이다. 전세계약을 먼저 맺은 후 주인이 추가로 대출을 받은 경우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전세금이 포함되기 때문에 그나마 당국의 관리를 받는다. 문제는 주인이 먼저 대출을 받은 집에 전세로 들어간 경우다. 주인이 집을 경매로 넘기면 세입자는 변제순위에서 금융회사에 밀리기 때문에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 세입자는 졸지에 전세금도 건지지 못한 채 길거리에 나앉는다. 최근 몇 년 새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이런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당국은 이들의 숫자가 얼마인지, 떼일 가능성이 있는 전세금은 얼마인지 등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국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은행이 빌려 준 돈을 떼일지에는 관심이 있지만 전세금을 떼일 위기에 놓인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거의 수단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인식은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발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김 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 때 깡통전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전세계약은 개인 간의 거래”라며 당국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 관계자들도 앵무새처럼 김 위원장의 말을 반복할 뿐이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볼 때 이는 너무 안이하다. 서민 중에는 전세금이 자산의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그런 돈을 떼이고 살 곳마저 없어 길거리로 나앉는다면 어찌 되겠는가. 이들은 다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릴 것이고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집값 하락으로 주거권을 빼앗긴 국민의 분노는 어떻게 달랠 것인가.

김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풀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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