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8개월, 78전79기의 도전.'
재미교포 미셸 위(25·위성미)가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의 여정이었다. 드라마 같은 등장과 쇠퇴를 보여줬던 그는 부활 드라마를 고향인 하와이에서 연출했다.
미셸 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긴 우승 가뭄에서 벗어났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코올리나GC(파72·6,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미셸 위는 5언더파 67타(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냈다. 2위 안젤라 스탠퍼드(미국·12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친 그는 하와이 전통의 훌라춤을 추며 모처럼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2009년 로레나오초아 인비테이셔널, 2010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이후 3년8개월 만에 거둔 LPGA 투어 통산 3번째 우승.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나고 자란 미셸 위는 12살이던 2002년에 최연소로 LPGA 투어 대회에 출전하고 남자대회에서 대결을 펼치기도 하며 '천재 소녀'로 불렸다. 2005년 프로 전향 때는 세계적 기업과 거액의 후원계약을 맺어 '1,000만달러 소녀'라는 수식어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후 성적은 2009년 11월에야 첫 승을 신고했을 정도로 초라한 수준이었다. 2012년에는 23개 대회에 나가 10차례나 컷오프 되는 슬럼프에 빠졌다.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인 건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하고 맞은 지난해였다. 퍼트 자세를 바꾸면서 퍼트 감이 좋아지고 있다. 미셸은 지난해부터 퍼트를 할 때 허리를 'ㄱ'자가 되도록 잔뜩 굽힌 자세를 취한다. 불편해 보인다는 평가에도 'ㄱ자 퍼트'는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는 17위(1.782개)다. 3퍼트 실수가 줄고 중요한 퍼트의 성공 횟수가 늘었다는 의미다. 최근 3년간 70%에 못 미쳤던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은 81%로 올 시즌 1위다. 정교함이 보태지면서 평균타수에서도 1위(69.571타)에 올라 있다.
2주 전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 알렉시스 톰슨(미국)에 밀려 아깝게 준우승했지만 두 번 실수는 없었다. 미셸 위는 이날 스탠퍼드에 4타 뒤진 공동 2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으나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1번과 5번, 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추격한 그는 8번홀(파3)에서 스탠퍼드가 보기를 범하면서 공동 선두가 됐다. 12, 13번홀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에 오른 미셸 위는 16번홀(파3)에서 2m 버디를 잡고 스탠퍼드가 17번홀(파4)에서 1타를 잃어 3타 차까지 앞서며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우승상금 25만5,000달러(약 2억6,500만원)를 받은 그는 상금 1위(61만6,555달러)에 올랐고 세계랭킹도 23위에서 13위로 오르게 됐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5타를 줄이는 뒷심으로 3위(11
언더파)에 올랐다. 초청 선수로 출전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신인왕 김효주(19·롯데)는 4위(10언더파)에 만족해야 했지만 이날 중반 한때 공동 선두에 오르는 등 뛰어난 플레이를 펼쳤다.
미셸 위는 "이번 주의 하이라이트는 고향에 돌아온 것이었다"면서 "첫 번째 티샷부터 마지막 퍼트까지 모든 사람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환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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