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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부 연안 저장성 원저우시에서 신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업가인 이(李)모씨는 최근 해외 바이어로부터 300만 위안의 주문을 받았다. 평소 수십만 위안 단위이던 일감보다 최소 수배가 넘는 물량이었다. 최대 수출처인 유럽 경기 악화 등으로 해외 수요가 줄고 있는 터에 이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이었을 법했다.
하지만 이씨는 이 일감을 포기했다. 3개월의 납기를 맞추려면 생산라인을 확장하면서 근로자 30명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익보다 손실이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감의 물품을 납품하면 100만 위안의 이익이 남지만 추가 고용에 따른 부담이 월급, 사회보험 등 제반 비용을 포함할 경우 최소 150만 위안에서 180만 위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감이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라인 증설에 맞춰 수요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 근로자 보수 등 고정 비용만 들어가게 된다.
이씨는 대신 일감이 들어오면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등의 공장으로 주문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중국의 원저우 공장 근로자는 지난해 200명을 줄여서 1,000명 가량만 남겨놓고 있다.
중국 유력 주간지인 경제관찰보는 최신호에서 이씨처럼 주문을 아예 받지 않거나 동남아 공장 등지로 일감 처리를 옮기면서 중국 생산라인을 축소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제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 '세계의 공장'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의 노동 환경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근로자 임금 급증은 물론이고 양로, 의료, 산재 등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화하면서 기업주의 비용이 몰라보게 늘어났다. 2009년 월 1,000위안 안팎이던 근로자 임금은 원저우 등 경제개발이 앞서 이루어진 동부 연안지역에서는 3000위안에 육박하고 있다. 이씨는 "현재는 아주 기초적인 일만 하는 근로자라도 한 달에 3,000위안의 월급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보험료까지 합하면 5,000위안 안팎에 달한다.
또 새로운 노동법은 정리해고 때 많은 해고 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해 기업들은 생산라인 확장과 함께 근로자를 고용하고 싶어도 막상 실행에 옮기지를 못한다. 당장 신규 일감이 들어와 추가 고용 필요가 있지만 추가 일감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정리해고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근로자 권익을 강조하면서 공산당 산하 조직인 전국총공회(전국노동조합연맹)를 통해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 교섭권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사용자의 기업 운영을 녹록치 않게 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노사 관계를 잘못 대응했다가는 근로자로부터 법원 소송을 당하기 일쑤라고 한 기업인은 토로했다.
의류 수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왕모씨는 지난해 근로자의 3분의 1을 줄이는 대신 일감을 제휴 관계에 있는 방글라데시 공장으로 보내고 있다. 왕씨는 "이제 우리 회사는 제조업체라기보다는 무역 회사에 가깝다"며 "중국 공장은 앞으로도 더욱 축소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동부 연안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하는 '인력 공황'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 공장 축소, 기존 생산시설의 자동화 등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인력공황 문제는 조만간 해소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왕씨는 지난해 근로자 인력을 대폭 줄이는 등 사업 축소에 나서는 대신 여유 자금으로 오피스 빌딩을 매입해 사무실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의류 공장 생산 라인을 확대하는 것보다 빌딩 임대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많이 남는 장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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