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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GRADE 한국의 노사문화] 2-2.정치 리더십은 필수 ② 영국
입력2003-01-16 00:00:00
수정
2003.01.16 00:00:00
“영국은 유럽에서도 투자환경이 가장 좋은 국가다. 노사관계가 안정적이고, 잔업을 요청할 경우 직원들이 적극 협조한다.”(LG전자 웨일즈 법인 관계자)
“정부가 GDP의 3% 선에서 정부예산을 신축적이고 탄력적으로 운용하면서 기업들과 노조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김상관 런던 KOTRA 관장)
영국은 한때 극단적인 노사대립으로 무정부상태까지 연출하며 이른바 `영국병`이라는 악명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험한 국가다. 대처정부 이후 영국정부는 이러한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1979년부터 20년이 넘는 동안 대대적인 법, 제도적 혁명을 진행하면서 유럽 최고의 경제환경을 갖춘 나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런던 중심의 금융센터인 `시티`에는 세계 최고의 금융기관은 물론 투자를 의뢰하는 기업 관계자들로 활기를 띠고 있다.
◇극심한 노사대립의 상징, 영국병 = 영국은 1871년 세계 최초로 노동조합이 조성돼 1906년에 세계최초로 노동당을 만든 국가다. 영국의 노동자들은 1ㆍ2차 세계 대전에서 열성적인 참전과 협조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이 같은 역사적 부담은 1945년 이후 잇달아 집권하는 보수당과 노동당 모두에게 각종 복지제도와 완전고용체제를 유지하는 정책을 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국가 경쟁력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의 기본을 회피한 결과는 참혹했다. `산업혁명의 나라`에서 열등 산업국가로 전락한 것. 1950년대초만 하더라도 영국의 공업생산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4%에 달했다가 노사갈등이 극에 달한 1970년대 말에는 5%로 급락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노조는 무모한 파업에다 파업 미참여 조합원에 대한 폭력 등을 통해 영국의 부정적인 국가 이미지인 `영국병`을 만들어냈다. 결국 연 평균 물가상승률이 16%에 달하고 파운드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재정ㆍ무역적자가 확대됨에 따라 1976년에는 IMF로부터 39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런 와중에도 노동조합은 20~40%에 달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1979년에는 화물ㆍ학교ㆍ병원ㆍ공항ㆍ철도ㆍ행정 등 공공부문까지 파업에 나서면서 국가경제와 행정이 완전히 마비되는 무정부상태까지 경험했다. 결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2.3%, 인플레이션율은 22%에 달하는 경제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1970년대를 마무리했다. 이른바 경제위기 하에서 파업 증가로 경쟁력 약화→실업증가 →복지비용 증가→재정적자→인플레→실질임금 감소→임금인상 요구 파업 증가→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에 빠져버린 것.
◇`영국병`치유한 혁명적인 개혁 = 1979년말 대처 보수당 정권이 집권한 이래 영국정부가 공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기업들이 유럽내에서 가장 투자하기 좋은 국가로 변신하겠다는 점. 이를 위해 100년이 넘는 노동관행을 바꾸는 혁명이 진행됐다.
대처 정부는
▲피켓팅 제한
▲2차 단체행동 금지
▲파업 불참자에 대한 노조의 제재 불법화
▲단체행동에 피해를 입은 시민의 소송권 등을 제정해 불법 노동운동을 잠재웠다. 이어
▲선거에 의한 노조간부 선출 의무화
▲단체행동의 적법한 절차 준수
▲노조 재정운영 감사
▲조합비의 원천공제 금지
▲정치자금 제공에 대한 비밀투표
▲클로즈드 숍 금지 등으로 노조 운영의 민주화를 끌어냈다.
정부의 끈질긴 개혁의지는 1984년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1984년 영국전국탄광노조가 1년에 가까운 52주의 장기간 파업을 했지만 민영화를 끝까지 밀고 나갔다. 이 결과 영국의 노동조합은 79년에 노조원 1,344만명, 조직률 55.4%를 정점으로 보인 후 90년대들어 절반수준인 727만명, 조직률 32.1%로 하락했다.
영국정부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민영화을 실현하고 90년대 내내 탄력적 임금체계 확대, 임금인상 억제, 임금체계의 개편을 유도하는 세제개편안, 능력급과 성과급 및 성과급의 도입, 연봉제 도입 등 기업 환경개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석유, 가스, 전화사업등 48개 공기업ㆍ공공사업이 민영화되면서 감원 규모는 164만명에 달했으며 민영화에 따른 매각 수입은 26조원을 기록했다.
◇유럽 최고의 기업환경을 갖춘 국가 = 영국의 파업건수는 70년대 연 평균 2,800회에서 최근에는 200회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한해 파업참가인원도 460만명에서 1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98년 집권이후 지속적으로 노동관행 개혁에 동참하고 있다. 노동당이라는 배경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이른바 `노동을 위한 복지(Workfare)`라는 신개념을 만들어냈다. 사회복지(Welfare)제도를 실업자 등 비노동력에게 투여하기 보다 구직자를 만들어내는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2000년 영국의 파업 손실일수는 17만일로 집권 초기 31만9,000일에서 대폭 줄어 사상 최저 기록을 올렸다.
영국 최대 노동단체인 노동조합회의 관계자는 “영국은 변했다. 1960~70년대와 같은 노사간 극한대립은 사라지고 합리적인 선에서 협력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 안정의 결과로 외국기업의 투자 역시 가속화하고 있다. 영국은 세계 최대 외국인 투자국가인 미국의 한해 투자액인 5,700억달러의 41%인 430억달러 정도를 유치하는 최대 수혜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관인 KPMG는 지난 10년간 세계 85개국을 상대로 기업환경을 분석한 결과 영국이 노동환경 등을 비롯해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영국은 지난 20여년간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유연한 노사관계를 대표하는 국가로 변신했다. 이 곳에서는 더 이상 극렬한 시위는 볼 수 없다. 영국최대 노동단체인 TUC 소속 공공부문 노조원들과 대학생들이 지난해말 런던에서 평화적인 가두시위를 하고 있다.
외국인투자 유치위해 정부 - 기업 함께 뛴다.
런던퍼스트센터(London First CentreㆍLFC) 공동설립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뛴다.`
런던퍼스트센터(London First CentreㆍLFC)는 영국정부와 300여개에 달하는 민간기업들이 50대50의 지분을 출자,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지난 92년에 설립한 기관이다. LFC가 외국인 투자유치에 나설 때 최고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는 부문이 바로 노사부문의 유연성이다.
우선 유럽에서 기업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아일랜드와 함께 거의 최저 수준임을 강조한다. 특히 사회보장비용이 다른 유럽국가들보다 훨씬 적어 프랑스의 절반 수준이고 폐업을 할 때에도 네덜란드처럼 페널티를 주지 않을 만큼 기업 경영이 자유롭다. 법인세율도 30%로 유럽연합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고, 개인 소득세도 40%로 비교적 적다는 것도 빠지지 않는 대목. 특히 런던의 경우 구직자의 3분의 1이 석사학위을 갖고 있는 고급인력이며, 노동시간도 주당 45.7시간으로 다른 유럽국가의 41시간 보다 길고, 연간 총 휴일수도 22일에 불과한 만큼 성실하다는게 LFC의 설명이다.
마이클 굴레이 아시아ㆍ태평양 담당자는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정부나 LFC라 할 것 없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노동환경이 가장 외국인 기업 투자에 매력적인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LFC는 외국인 투자 유치 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도로ㆍ주택 등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영국정부에 제시하는 등 정부에 민간기업의 효율성을 불어넣고 있다. LFC에는 런던정경대학(LSE) 등 영국의 대표적인 교육기관들이 참여하면서 실질적인 산학협동도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투자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곧바로 교육기관에 연계해 서비스하는 체제를 갖춘 것이다.
우리 기업들 가운데 SKㆍ삼성SDI 등이 LFC의 도움을 받아 영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최근에는 런던증권거래소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해 국내 주요 기업 50개사를 런던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하는 등 외국인 투자유치에 온갖 열을 쏟고 있다.
"투명ㆍ선진경영 보장되면 노동자들도 불이익감수"
하드크래프트 TUC교육담당
“투명경영과 선진경영만 보장되면, 노동자들도 충분히 받아들일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영국 최대 노동조합단체인 `노동조합회의(TUC)`의 믹 하드그래프트 교육 담당자는 미국 포드사의 영국생산법인에서 25년간 노조간부로 일해온 노동운동가로 최근의 영국 노사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TUC(노동조합회의)는 다른 유럽국가와 달리 블루컬러와 화이트컬러 노조가 한데 모인 영국의 명실상부한 최대 노동단체다.
하드그래프트씨는 “77년부터 25년간 포드에서 근무했다”면서 “포드가 80년대이후 경영정보를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알리고, 투명경영에 나서면서 직원들의 반발도 줄었다”고 밝혔다. 포드 영국법인은 지난 78년 11월에 9주간의 파업으로 임금인상률이 17%에 이르며 극심한 노사대립을 경험한 바 있다.
그는 이어 “회사가 경영혁신에 앞장서고 직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전격적으로 실시하면서 노사분규가 거의 없어졌으며 최근에는 포드가 4개 공장 중 1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물의없이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노사대립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갖고 있던 영국이 얼마나 변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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