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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 식량·의약품 동나… 구호 지연에 불만 약탈도

광장·주차장등 생존자들 몰려 거대한 난민수용소로<br>구호품 도착 불구 도로·항구등 붕괴로 운송 어려워

지진이 휩쓴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는 사실상 무정부 상태에 빠지면서 거대한 난민 수용소가 돼 버렸다. 파괴되지 않은 광장과 호텔 주차장 등 공터에는 보금자리를 잃은 생존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포르토프랭스 중앙광장인 '샹 드 마스'는 집을 잃고 몰려든 난민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언제 비상식량과 의약품이 도착할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대부분은 하루 종일 물 한 모금조차 제대로 먹지 못했다. 빌라 크레올 호텔의 주차장 역시 난민 수용소로 변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상자들도 넘쳐났다. 의료진은 이 곳에 간이 진료소를 세우고 부상자들을 돌보고 있지만, 의약품과 의료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다급하게 지원을 호소했다. 생존자들은 지진으로 파괴된 병원들 바깥에 아무렇게나 놓인 시신들 가운데 가족이 없는지 애타게 찾아 돌아다니고 있지만, 가족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이를 옮길 곳도, 옮길 수단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시민들은 맨손으로, 아니면 기껏해야 막대기나 망치 등 단순한 장비를 이용해 파묻힌 생존자를 구해내고 있다. 아비규환을 이루면서 재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곳곳에서는 약탈까지 벌어지는 등 긴장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에서는 구호작업 지연에 불만을 품은 일부 시민이 항의의 뜻으로 시내 몇 곳에 사망자의 시신으로 벽을 쌓아 길을 막는 참혹한 풍경이 발견됐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사진기자 사울 슈워츠는 "시민들이 시신으로 길을 막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데 신물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궁지에 내몰린 시민들은 흉기를 들고 시내를 돌아다니며 약탈까지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구호단체 옥스팜의 세드릭 피러스 대변인은 "밤이 위험하다. 약탈이 만연해 있고 몇몇 상점은 깡그리 털리다시피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아이티에 각국 구조대와 구호품이 소속 도착하고 있지만 열악한 공항, 도로 환경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항구는 파괴돼 선박을 이용한 물품 운송이 불가능한 상태이고, 공항은 구조 요원들을 실은 비행기들이 홍수처럼 밀려들고 있어 대혼잡을 빚고 있다. MSNBC는 공항의 주요 시설들이 지진으로 파괴돼 장비와 구호물품을 하역하는 데만 6시간 넘게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여진공포로 주민들이 거리에서 지내고 있어 식량을 비롯한 구호물품을 수송하는 차량의 이동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이웃나라 도미니카로부터의 육로 수송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육로가 비좁은 데다 지진으로 곳곳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의 엘리자베스 비르 대변인은 대혼돈 상태라며 "수송 여건은 악몽"이라고 말했다. 통신수단도 두절돼 극심한 혼돈이 빚어지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찰스 빈센트 대변인은 전화를 비롯한 통신수단이 크게 부족해 어려움이 크다면서 "직원들이 휴식도 없이 주민들을 돌보느라 매우 지친 상태"라며 "대다수 사람이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티 현지의 적십자는 4만5,000명∼5만명이 사망하고 이재민을 합쳐 300만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14일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지진 피해를 입은 아이티 난민 구호대책의 일환으로 이들의 캐나다 이민 및 난민 허가의 문호를 넓히는 특별조치를 강구, 캐나다 정착을 도울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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