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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연금 문제를 말할 때 마다 종종 등장하는 찰스 폰지의 사기극은 개발열풍이 불던 1920년대 미국이 배경이다. 돈을 맡기면 석달 내 2배로 돌려주겠다고 선전하고 폰지가 끌어 모은 돈은 무려 10억 달러. 물론 사업이란 건 애초부터 없었다. 투자금의 대부분을 챙긴 그는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충당하는 일을 반복하며 1년을 버티다 결국 쇠고랑을 찼다. 이른바 피라미드식 사기의 원조다. 이론상 이는 기존 투자자보다 훨씬 많은 신규투자자가 무한정 지속적으로 확보된다면 유지될 수 있지만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피라미드식 사기극에 비교하는 것에 당국자들은 펄쩍 뛴다. 그럴 만 하다. 무리가 따른 비유이기 때문이다. 즉 폰지 방식은 지급 수익률이 낮아지면 사실상 투자자 확보가 불가능한데 반해 국민연금은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재원조달이 유지되고 적정한 급부가 보장되며 국민이 사라지지 않는 한 지속 가능성이 보장될 수 있다. 연금 고갈은 보험 요율과 수급액 조정 등을 통한 수습의 길이 있어 적어도 파산의 사태로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제도 운영자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연금 제도가 문제가 축소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론적 하자가 없어 보임에도 실제 시행과정에서 여러 문제점들이 불거질 개연성이 큰 게 더 위험할 수도 있다. 국민들로부터 크게 불신을 받는 것부터가 공적 제도로서는 치명적 결함이다. 파산까진 아니라도 기금 고갈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지난해 '안티 국민연금' 논쟁 당시 인터넷을 달궜던 이른바 '국민연금의 비밀' 과 같은 사례의 경우도 무리한 부분이 있음에도, 나름대로 제도 문제점에 대한 옳은 지적의 측면이 분명 있다. 국민연금말고도 전형적 '저부담 고수혜' 구조의 공적 특수 연금들의 손질은 더욱 시급하다. 공무원 연금은 재작년 이미 적자전환, 오는 2010년까지 11조원 이상을 재정에서 쏟아 부어야 한다. 군인연금은 이미 부도 상태이고 사학연금은 2018년 고갈 가능성이 있다. 만신창이의 연금 개혁을 미루다 국가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며 외환 위기까지 초래한 이탈리아 등 외국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연금 자산 운용을 잘 하고 있다는 점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제도가 안고 있는 현실의 문제점들을 보다 정확하고 솔직하게 파악하고 고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연금 문제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나라는 물론 우리만이 아니다. 정치권 전체가 흔들리는 나라도 있다. '뜨거운 감자' -지구촌 정권들의 딜레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곪고 있는 문제를 두고 표만 의식하며 차일 피일 마냥 미루고만 있는 우리 정치를 보면 한심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난 2003년 16대 국회에 제출된 국민 연금법 개정안은 논의 조차 못하다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지난해 17대 국회에선 개정안이 다시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금제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정당들이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것이 연금 개혁을 표류시키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주 마침내 대통령이 나서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특별 위원회를 국회 내 만들자고 제안했지만 또 다시 말의 성찬으로 흐지부지될까 두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처럼 우리 몸에 맞는 연금 제도 확보를 위해서는 정말 정치권이 협력하고 그래서 최적의 제도를 찾아내야 마땅할 일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어느 시절 복지 선진국들로부터 나왔다지만 이젠 박물관 박제로나 남게 된 얘기다. 갈수록 수혜는 줄어들고 이제 노후 대책은 그 책임이 개인 자신들에게 다시 돌아가는 추세다. 요즘 유행하는 노(老)테크란 말 뒤엔 바로 무거워지는 개인 책임의 의미가 숨어있다. '화려한 세기' 국민이 짊어진 짐의 중량을 덜어 주는 우리 정치의 모습을 보기란 이래 저래 더욱 어려워 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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