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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참 여승무원의 '마지막 비행'

33년간 지구 524바퀴 거리 돌아 '역대 3위' 기록

국내 항공업계 사상 첫 임원급 여성 승무원인 이택금(李澤今ㆍ56) 상무가 지난 22일부터 닷새간 인천-로스앤젤레스 왕복비행을 마지막으로 27일 유니폼을 벗었다. 이 상무는 이날까지 2만6천214시간의 비행기록을 세웠다. 이는 3년을 꼬박 공중에 떠서 보낸 것으로, 전체 객실승무원 가운데 역대 3위다. 특히 비행시간 50시간이 지구 1바퀴(4만7㎞)를 도는 것임을 감안하면 지구를 524바퀴 돈 셈이 된다. 이 상무는 마지막 비행에 대해 "23살 때 입사해 지금까지 33년간 한 우물을 팠다"면서 "마음의 정리를 해왔지만 최근 며칠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특히 "지난 세월동안 세계 뒷골목을 누빌 수 있었고, 갖가지 풍경들을 보는 게 행복했다"면서 "좋은 직업을 택한 데 대한 자부심으로 오늘까지 지루하지 않았다"는것. 한국외대 서반어과를 졸업한 뒤 1972년 우연히 신문공고를 보고 응시해 공채 14기로 입사한 이 상무는 `여성 최초' 기록만 5개를 가진 회사 내 `신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1979년 항공업계 첫 여성 과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989년 여성 첫 수석사무장, 1992년 여성 첫 부장, 2001년 여성 첫 이사로 진급했고 이번에 여성 임원 첫 정년퇴임 등의 기록이 그것이다. 그는 31일 정년 퇴임을 앞두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 상무는 우선 33년간의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책으로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첫 사무장이 돼서 방콕에서 서울로 돌아올 때 승객명단이 적힌 표를 제출해야 하는데 깜빡 잊어버린 일이었다며 아찔했던 `지렁이 실수담'을 공개했다. 당시 공항 보안구역은 매우 엄격했던 시절이어서 출발 공항에서 상관이 서명한 승객명단을 갖고 와 제출해야 했는데 이를 잃어버려 태국어로 된 서명을 위조했다는것. 이 상무는 "당시에는 등에 식을 땀이 날 정도였다"면서 "당시 태국어로 된 서명이었는데 이를 위조했는데 꼭 지렁이 같았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김포에서 방콕을 경유해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가는 비행에서 방콕에서 기내식 담당 여직원이 내려야 하는데 영어를 못 알아듣고 내리지 않는 바람에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은 것도 잊지 못할 일이라고 꼽았다. 이 상무는 이같은 경험담을 담은 `여자로 태어나 대기업에서 별따기'라는 제목의 책을 조만간 출간할 예정이다. 아직 독신인 이 상무는 "나는 결코 독신주의는 아니며 지금도 좋은 사람 만나면결혼할 의향이 있다"면서 "회사에 남아있기 위해 일을 위해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고 웃었다. 이 상무는 향후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 쉬어본 적이 없고, 쉬는데 익숙하지 않다"면서 "서비스업을 해온만큼 앞으로 관련업종에서 일거리를 찾아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승객들의 기내 문화에 대해 "예전에는 `이봐요' `야'라고 부르는 승객이 많았는데 요즘에는 승객들의 매너가 매우 세련됐다"면서 "항공기 타는 것이 대중화되면서 승객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이어 "즐거운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스튜어디스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무래도 매너있고 점잖은 승객에게 좀 더 주의가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냐"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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