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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한빛은행'이란 이름

崔禹錫(삼성경제연구소 소장)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은행이 이름을 한빛은행으로 지었다. 「한」은 크다는 뜻이니 큰 빛이 뿜어 나오는 것같아 시각적으로 매우 근사하다. 그러나 부르기엔 좀 까다롭다. 「ㅊ」받침이 있어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다. 이제 국제화시대이니 영어로 어떻게 부를 것인가도 생각해야 한다. 한일은행의 전신인 흥업은행은 영어로 「HUNG­UP」으로 표기할 수 있는데 그것이 「목을 맨다」는 뜻과 통한다 하여 한일로 바꾼 역사가 있다. 요즘은 기업이름을 알기 쉽고 부르기 쉽게 붙이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60∼70년대만 해도 럭키화학주식회사, 한국나일론주식회사, 선경직물주식회사와 같이 중후장대하게 불렀으나 지금은 럭키, 코오롱, SK 등으로 짧게 부른다. 미국은 처음부터 이름붙이는덴 매우 실용적이다. 체이스맨하탄은행과 케미컬은행이 합병하면서 그냥 체이스맨하탄으로 쓰고 있다. 사실 케미컬이 체이스를 흡수 합병했지만 케미컬은 화학회사 냄새가 나고 체이스는 부르기 좋다 하여 체이스를 택한 것이다. 일본도 중후장대에서 벗어나 친근한 이름을 쓰고 있다. 도레이, 소니, 교세라, 도멘 등 발음하기 쉬운 쪽으로 가고 있다. 은행도 몇 개가 합병되면서 사쿠라은행이라는 이름을 골랐고 토마토은행도 있다. 한국의 은행들은 좀 까다롭다. 서울은행과 신탁은행은 합병후 서울신탁은행으로 불렀다가 20년이 지나서야 겨우 서울은행으로 바꿨다.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얼마전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이 합쳐 하나은행으로 한 것은 기적에 속한다. 그것도 한쪽 실력이 월등하지 않았으면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한일, 상업은행같이 비슷한 실력의 은행들이 합병될땐 문제가 복잡해진다. 그것도 합병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 자발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경우엔 더욱 그렇다. 자존심 싸움이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병은행은 아예 한빛으로 새로 지은 모양인데 빛나는 시각적 효과에 비해 부드러운 청각적 효과가 못따르는 것이 좀 아쉽다. 그러나 처음엔 좀 어색해도 자꾸 부르면 친근감이 생길 수 있고 이름보다 실질이 더 중요한 것이니 좋은 실적만 올린다면 「한빛」이란 이름은 더욱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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