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거래소가 대규모 적자를 우려해 12년 만에 전력거래수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거래수수료가 늘어나면 한국전력과 발전사들의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저유가에 따른 원자재가격 하락을 감안할 때 한전과 발전사들이 늘어난 거래수수료로 줄어든 수익을 전기요금에 전가하지는 않을 관측이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고 신년부터 전력거래수수료를 ㎾h당 0.086원에서 0.098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의결하고 이를 주무부처인 산업부에 신고했다. 전력거래소가 거래수수료를 인상한 것은 지난 2004년(0.070원→0.086원)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이 같은 조치는 거래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고서는 전력거래소가 내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며 전력거래증가율도 갈수록 둔화되고 있는데다 최신 설비 구축에 필요한 투자비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2009년과 2011년 연평균 5.3%에 달했던 전력거래량 증가율은 2012년과 2014년 2.1%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위축으로 기업들이 생산마저 줄이면서 전력거래량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전력거래소는 전력정보기술시스템(IT) 교체에 906억원, 제주도 차세대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구축에 123억원이 들어가는 등 2024년까지 1,100억원가량을 투자해야 한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복지 축소와 업무추진비 긴축운영을 통해 110억원가량을 절감했지만 현행 수수료로는 내년 60억원, 2024년에는 연간 적자규모가 283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발전사와 한전의 손실이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거래수수료를 인상했다"고 전했다.
전력거래수수료 인상에 따라 전력 판매사인 한전은 영업이익이 0.3%, 전력 공급사인 발전사들은 0.2~0.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감소하는 수익규모는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발전5개사(서부·남부·중부·동서·남동), 민간발전사를 합쳐 12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전력거래수수료가 인상되더라도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셰일오일·가스 생산과 원유생산국들의 과잉생산 경쟁으로 저유가가 상당기간 지속되며 발전 원자재(석탄·가스)도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인상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민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들은 전력거래수수료 인상에 따른 추가 경영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거래소 이사회 멤버로 정부와 한전·한수원·발전사가 참여해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사 관계자도 "발전 원가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한전에 파는 전력공급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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