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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축’ 발언 1년 후

지금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1월 29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전세계를 향해 `악의 축`이라는 새 외교 화두를 던졌다. 외교사에 없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북한, 이라크, 이란 등 3개국을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그의 발언 이후 미국과 악의 축 국가들간 관계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특히 우방국에서조차 미국의 국익우선과 패권주의라는 비난을 쏟아 냈지만 부시 대통령은 악의 축 발언을 다시 주워 담은 적이 없었다. 사실 악의 축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 밑바닥에는 선악(善惡) 개념에 따른 적과 동지의 극단적 이분법이 숨어 있다. 종교적 신념을 연상시킬 정도로 그의 발언에는 좀처럼 변형이 이뤄질 것 같지 않은 아집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취임 이후 보여주고 있는 그의 청교도적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사교계에는 발도 들여 놓지 않는다. 이른바 `밤 생활`도 없고, 일과가 끝나면 독서나 야구 중계를 본다. 이 같은 유형의 지도자는 유달리 소신을 강조하지만 소신을 뒤집어 보면 독선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부시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하고 있지만 최종 지향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붕괴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핵 무기는 물론 장거리 미사일 개발 능력을 갖고 있는 북한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1순위 국가라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때문에 체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어떠한 모험도 감수하겠다며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김 위원장과 타협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 정부는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 전쟁이 없는, 즉 평화는 도덕적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뭔가 허술해 보인다. 아마도 우리 내부에 북한 해법과 관련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북한 핵 무기는 우리의 것이기도 하다`는 황당한 주장이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축으로 하는 반미 구호가 어느 때보다 귀에 거슬리는 것은. <정구영기자 gych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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