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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전관예우 없애려면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전관예우 방지책의 일환으로 차한성 전 대법관의 변호사개업신고서류를 반려하고, 박상옥 대법관후보자에게는 장래 대법관 퇴임 후 개업포기 서약을 요구했다. 하 협회장은 한국에서 전관예우 문제의 상징이 대법관 퇴임자가 변호사로서 벌이는 과도한 이윤추구활동에 걸려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한편으로는 2014년 8월 서울변호사회의 소속 변호사들에 대한 자체조사결과에 따르면 변호사 10명 중 9명은 전관예우 현상이 존재한다는 압도적 의견을 보였다. 그 전 해의 조사결과에서도 거의 마찬가지였고 대법원이 2014년 국민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전관예우가 존재한다는 대답이 변호사와 비슷한 비율로 나왔다.

봉건제 경험없어 연고주의 발현

전관예우에 관한 무성한 논의, 국민들의 전폭적인 수긍, 이러한 현실의 꺼풀을 벗기며 찬찬히 이 문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진지하고 객관적이며 균형 잡힌 고찰이 바로 이를 해결하는 답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전관예우에 관한 오해 한 가지를 바로잡았으면 한다. 전관예우는 결코 법조계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많은 직역에서 지금 이 시간 광범위하게 전관예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고위공직자가 퇴직한 뒤 산하기관이나 방계기관에 자리를 옮기는 낙하산 인사의 근본은 바로 이 현상에 있다. 그 외에도 세무사·법무사·관세사 등의 전문자격을 갖게 된 많은 공직퇴직자가 자신의 과거 근무처를 상대로 강한 발언권을 갖는 모습은 만연돼 있다. 다만 국민의 생명·인권·재산을 다루는 법조계는 공정한 절차의 운용이 너무나 소중한데 전관예우로 이것이 흐트러지니 그 부작용이 더욱 적나라하게 부각되는 것일 뿐이다.

이렇게 전관예우는 결코 일과적인 바람처럼 지나가는 것이거나 부분적인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지역사회세력의 경합이 일어나는 봉건제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너무나 오랜 세월 임금을 정점으로 하는 관료조직에 몸을 담기만 하면 일신과 자손의 안녕은 보장됐다. 그 결과 단조로운 인적 구성원 간의, 인적 연결을 중시하는 폐쇄적이고 정체적인 전통문화가 힘을 발휘하며 연고주의가 세차게 발현돼왔다. 전관예우는 바로 이 연고주의 형태의 일부인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면 전관예우는 결코 쉽게 고쳐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인적인 연고보다는 전체 사회의 공정과 정의로움이 더 중시되는 사회체제를 우리가 갖기 전에는 결코 전관예우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하 대한변협회장의 시도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는 것으로 전관예우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으로 가볍게 믿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문화 토양 바꾸려는 노력 계속해야

빠르면 50대 후반 아니면 60대 초반에 대법관을 퇴임하는 사람들에게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백수의 생활을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다. 말이 좋아 대학의 석좌교수이지 그 실상을 들여다보라. 미국처럼 대법관을 종신직으로 하든가 일본처럼 70세 정년에 이를 때까지 근무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갖춰놓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헌법적으로도 과연 타당할 것인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요컨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모습을 바꾸고 제도적 보완을 기해나가며 문화의 토양을 바꿔나가려는 간절한 노력과 시도가 끊임없이 행해져야 한다. 그럴 때 전관예우는 겨우 해소될 것이다. 또 우리는 그때가 돼서야 비로소 세계로부터 존경 받는 선진국에 편입돼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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