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지역 공립중학교의 박은진(가명ㆍ여) 교사는 학생들로부터 악명이 높다. 반 아이들 앞에서 남학생의 젖꼭지를 꼬집거나, 장난을 친 여학생에게 “너 장난하다 살인 난다”는 발언을 하는 등 무절제한 체벌과 언행으로 학생들과 불화를 겪은 지 10년째다. 그동안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및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해당 교육청에서는 학부모와 학교측이 합의하라고 했고, 학교 측에서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동료를 내쫓을 수 없지 않느냐”냐며 학부모들을 만류한 결과다.
교실에서 선생님의 권위가 무너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러나 학생과 학부모, 일부 교사는 자질 없는 소수의 교사와 이들을 감싸주는 학교 분위기가 이를 자초했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는 원칙 없이 교사의 감정에 따르는 체벌이다. 한 중학교 남자 교사는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몇 명을 본보기로 야단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 외곽에서 강남 지역으로 옮긴 한 중학교 교사는 “새로 전근 온 학교는 학부모가 무서워 아이들을 체벌하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경제력이 낮고 부모가 신경을 덜 쓰는 곳일수록 체벌이 더 많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가 집계한 학부모 상담 통계를 보면 ‘교사의 자질’에 대한 문제제기가 따돌림이나 성적문제 등을 제치고 가장 높다.
그러나 문제가 있는 교사를 학부모나 학교가 처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교장 및 교감을 비롯한 동료 교사들이 쉬쉬하며 감싸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탓이다. 좋은 학교 바른 교육 학부모회의 김선이 사무총장은 “문제가 있는 교사를 보호하고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학교 조직 내부의 폐쇄적인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학교운영위원회 역시 학교와 ‘코드’가 맞는 학부모가 주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 사무총장은 특히 “일부 학부모가 문제제기를 할 경우 수십명의 동료 교사가 집으로 전화해 만류하기도 하는데, 혹시나 내 아이 학교생활기록부 등에 불이익이 갈까봐 학부모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고 전했다.
/특별취재팀=홍준석차장(팀장)·김민형기자·성행경기자·이상훈기자·임세원기자·송주희기자 jshong@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