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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주식시장은 구멍가게가 아니다

전재호 기자 <증권부>

“구멍가게에도 단골손님은 있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만난 유럽계 증권사의 한국 대표가 한 말이다. 라면을 파는 조그만 분식집에서도 단골손님이 오면 으레 계란 하나라도 더 챙겨준다. 하물며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을 투자하는 외국인투자가에 해당 기업이 ‘조그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는 논리다. 주식시장과 관련해 외국인투자가들에 제공되는 대표적인 편의는 ‘그들만을 위한 기업설명회(IR)’다. 지난 6월 한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IR를 개최했다. 설명회에는 삼성전자ㆍ포스코ㆍSK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설명회는 그룹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국내기업의 IR 담당자와 외국인투자가간의 일대일 미팅 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행사에 참석한 국내기업의 IR 담당자는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을 다시 설명했을 뿐이라고 했지만 그 말을 믿기란 쉽지 않다. 외국인투자가들이 다 알려진 사실을 듣기 위해 굳이 서울까지 왔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단골손님에게 계란을 덤으로 주는 것이나 주요 고객인 외국인에게 투자 정보를 주는 것이 외형상으로는 비슷해 보일 수도 있으나 본질은 크게 다르다. 우선 계란은 라면가게 주인의 것이지만 투자 정보는 외국인투자가만의 것이 아니다. 기업 정보는 그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모든 주주의 것이다. 그 속에는 개미라고 불려지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도 포함돼 있다. 단골손님과 라면가게 주인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거래를 하는 셈이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투자가에 대한 기업의 특별한 배려 때문에 정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피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이 증시를 불신하고 증시를 떠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증시에 대한 불신은 국내증시의 주요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꼽혀왔다. 지금 국내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느냐, 다시 주저앉느냐는 증권시장에 대한 신뢰에 달려 있다. 신뢰를 쌓는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이에게 공평한 정보를 주는 것이다. 기업 정보는 단골손님에게 선심 쓰듯 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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