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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높은 산 오르다보면 사업 통찰력 생겨 산은 또 다른 친구이자 삶의 활력소죠<br>킬리만자로 등 며칠동안 걸으면 내면의 힘 키우고 심신도 맑아져 <br>해발 5000m 트래킹 매력에 푹<br>경영도 단기 이익 취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며 멀리 바라봐야






"고산 트래킹을 할 때면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먼 길을 걸으며 많이 생각하면 사업을 객관적으로 보게 돼요. 그리고 고생 끝에 높은 곳에 올라가면 삶에 대한 감사함을 알게 됩니다."

정우영(64ㆍ사진) 혼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은 수입차 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최고경영자(CEO)로도 유명하지만 산을 좋아하는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보르네오섬의 카나발루, 유럽의 엘부르즈, 중국의 옥룡설산, 대만의 옥산 등 해발 4,000~5,000m대 고산을 다녀왔다.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에게는 많은 준비와 훈련이 필요한 트래킹 코스다. 정 사장은 올해 역시 휴가를 이용해 5,000m급 고산 코스인 에베레스트 촐라와 칼라파타르에 다녀오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다.

정 사장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고산 트래킹에 몰두하는 이유는 뭘까.

"며칠 동안 계속해서 고산을 걸으면 새로운 것을 볼 수 있어요. 많은 생각을 하고 지나온 일과 앞으로 할 일을 객관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몸이 건강해지고 생각이 건전해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정 사장은 산을 늦게 배운 사람이다. 원래는 연말 휴가 때면 홀로 잘 알려지지 않은 암자를 찾아다니며 생각을 정리하고 앞일을 구상하고는 했다. 그러다 7년 전인 2006년 1월1일,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해 사내에 산악동호회를 만들고 코오롱 등산학교 전문가를 초빙해 배낭 꾸리는 것부터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새 해외 고산 트래킹을 즐기는 수준까지 이를 정도로 산에 빠져들었다.

"고산에 가려고 결정하는 것은 저의 내면에 불을 지피는 것이지요. 마음에 모닥불을 피우고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하고 배낭을 꾸립니다. 멋있지요."

정 사장은 "올해도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나가 더욱 새로운 생각을 안고 돌아와 경영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부터는 혼다코리아 경영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 차례.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말 패밀리 세단 '어코드', 미니밴 '오디세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파일럿', 대형 크로스오버차량(CUV) '크로스투어'를 동시 발표하고 올 초에는 준중형 '시빅'의 2도어 모델인 '시빅 유로'까지 출시했다. 특히 혼다의 월드카인 어코드 신형과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는 오디세이를 들여온 올해는 혼다코리아가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는 기회다.

"기본적으로 급격한 판매 증가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판매망을 5곳 늘렸고 이곳에 역량 있는 영업사원들이 배치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판매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 사이 1,549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배 이상 판매를 늘렸다. 2월 혼다는 수입차 판매 7위에 올랐고 주력 차종 어코드 2.4는 베스트셀링카 10위를 차지했다.

정 사장의 경영철학은 기본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고객만족의 결과가 판매로 이어져야 하며 무리한 판촉은 지속 가능한 방법이 아니라고 정 사장은 강조하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수년간 판매가 급감했지만 과거 6년간 고객 서비스 만족도 1위를 차지했고 현재도 수입차 업계에서 가장 값싸고 신속한 AS를 펼치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다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임직원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 판매 4,500대보다 많은 8,000대지만 신차 5종을 동시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보수적인 설정이다.

지난해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출범한 후 환율에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에 세계적인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본 기업의 한국 법인인 혼다코리아도 최근의 원고엔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자동차 업계는 일본 브랜드들이 일본 공장에서 만든 다양한 차종을 국내에 수입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이에 대해 "환율 흐름에 따른 단기적인 유리함을 취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간 엔화가 너무 강해서 지난해부터 혼다의 미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엔화가 낮아졌어요. 하지만 계속해서 미국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들여오겠습니다. 한국 소비자의 선호가 일본보다는 구미 쪽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소비자의 선호가 최우선이 돼야지 환율이 먼저가 될 수는 없죠."

정 사장은 "일본 혼다는 엔저로 이익을 얻을 것이고 이는 혼다 각국 법인에 대한 투자로 연결될 것"이라면서 "혼다코리아는 환율지형 변화에 따른 간접적인 유리함을 누리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신 모터사이클 부문은 올해 국산과 수입을 통틀어 국내시장 2위에 올라선다는 과감한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는 대형ㆍ고급 모터사이클만 판매했지만 올해 하반기 '벤리'라는 모델을 들여와 소형 모터사이클시장에 본격 진입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모터사이클 기종을 수입하고 판매망을 확충해 S&T를 제치고 대림에 이어 업계 2위를 차지한다는 복안이다.



정 사장에게 모터사이클은 '전공'이나 다름없는 분야다. 성균관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당시 기아그룹의 모터사이클 법인 기아기연에 입사해 훗날 대림자동차 공장장, 연구소장 등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지냈다. 2001년에는 혼다코리아의 전신인 혼다모터사이클코리아 대표로 옮긴 후 현재까지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부문에서만 일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소리 나는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만 일한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철로 만들어 엔진을 부착한 제품 분야에서만 일했으니 잘 어울리는 직업을 선택한 셈"이라면서 "기계산업의 꽃일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대화의 화제가 될 만한 제품을 다뤘으니 재미있는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2000년 대림자동차 대표이사에 오른 후 대표만 14년째다. 자동차 업계의 대표적인 장수 CEO이지만 늘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건강과 활력을 유지한 비결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성향이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며 항상 도전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후배 세대에 당부했다.


● 정우영 사장은

▲1949년 서울 ▲1968년 중앙고 졸업 ▲1975년 성균관대 금속공학과 졸업 ▲1976년 기아기연 입사 ▲1996년 대림자동차 이사 ▲2000년 대림자동차 대표 ▲2001년 혼다모터사이클코리아 대표 ▲2003년~ 혼다코리아 대표




스펙보다 휴학 안한 대졸자 선호… 한번 퇴사한 직원은 다시 안받아


■ 정사장의 인사 원칙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에게는 세 가지 인사원칙이 있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 화려한 스펙을 가진 지원자보다 휴학 없이 4년 만에 학교를 마친 지원자를 선호한다는 것과 경력사원보다는 신입사원 위주로 채용한다는 것. 그리고 한번 퇴사한 직원은 아무리 유능하더라도 다시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 가지 원칙 가운데 앞의 두 가지는 한국사회에 교훈을 줄 만한 내용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무리하게 사비를 들여가며 스펙 쌓기에 치중하고 있고 기업은 신입사원을 채용해 육성하기보다는 당장 성과를 낼 수 있는 경력사원을 뽑는 것을 좋아한다. 이러다 보니 청년실업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가정은 자녀교육 부담에 멍들고 있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정 사장이 휴학 없이 4년에 졸업한 젊은이를 선호하는 이유는 '도전 의식'과 '효율성'이다. 해외 어학연수, 장기 해외여행 등 이력서에 적을 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휴학하거나 취업난이 두려워 졸업을 늦추는 것은 도전 의식이 부족한 행동이라고 판단한다. 아울러 최단 기간인 4년에, 학비 외의 다른 비용을 최소화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효율적인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나 연료 효율이 핵심인 자동차를 다루는 경영자다운 사고방식이다.

정 사장은 "4년에 학교 마친 젊은이를 뽑아 일을 맡겨 보니 화려한 스펙을 가진 젊은이보다 낫더라"면서 "외국어 능력도 절대 부족하지 않으며 만일 부족하다면 입사한 뒤에도 얼마든지 더 배울 수 있으니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경력사원보다 신입사원 선발을 우선하는 것은 임직원 모두가 기업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혼다의 철학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이 내는 성과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정 사장의 지론이다. 정 사장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더라도 혼다의 철학을 가진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 조직과 고객을 위해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원칙, 한번 나간 직원은 다시 받지 않는다는 것은 회사에 남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정 사장은 "아무리 유능하고 탐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한번 나간 직원을 다시 받으면 포지션과 급여를 정하는 과정에서 한곳에서 우직하게 일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세 가지 인사 원칙은 혼다 직원들 개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도 작용했다는 게 수입차 업계의 중론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 혼다 출신이라고 하면 이직할 때 어디서든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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