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다섯 마지기가 전부인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저의 어린 시절 유일한 취미는 뭔가를 깎고 만드는 일이었어요. 피리와 손수레를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만큼 재미난 일이 없었습니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 입학을 포기했지만 취미를 살릴 수 있는 목형(木型ㆍ거푸집을 만들 때 사용하는 나무로 만든 모형)업체에 취업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이달(4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한 고일주(55ㆍ사진) 한국몰드 대표는 지난 25년간 금형기술에 매진한 자동차 부품 분야의 숙련기술인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부산의 소규모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 군생활을 마친 그는 현대자동차 기술연구소에 입사, 자동차 부품과 제작에 관한 기술을 익혔다. 남 부러울 것 없는 안정적인 직장이었지만 고 대표는 입사 5년이 채 안 된 지난 1987년 봄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친구와 함께 퇴직금 500만원으로 한국모델(한국몰드의 전신)을 설립한 그는 자동차 시제품, 플라스틱 부품 제작 등에 매진했다. 고 대표는 "오래 있으면 매너리즘에 빠질 것 같았다"며 "안정적인 생활에 젖은 온실 속 화초가 되는 게 싫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회사는 설립 8년 만인 1995년 현대차 1차 협력업체로 등록될 만큼 급성장했다. 이후 고 대표는 동업자와 사업체를 분리해 플라스틱 사출금형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한국몰드를 설립했다.
한국몰드는 자동차 범퍼와 운전석 계기판 등 대형 금형에서부터 라디에이터 그릴 같은 정밀한 미세금형까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품질로 인정 받고 있다. 금형 분야에서만 20여가지 신기술을 개발해 320억원이 넘는 연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고 대표는 여전히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다.
"중학교 시절 순수한 호기심에 어려운 삼각함수를 왜 배우냐고 물었다가 선생님한테 혼이 났어요. 모두가 그러려니 하며 사람들은 '왜'라고 묻지 않습니다. '왜'라는 물음표를 꾸준히 붙잡고서 10년 안에 세계 10대 금형 전문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