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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달력 속에 스며있는 종교·정치 권력의 역사

자신 이름 딴 축제일 만들고 시민 통치 수단으로 활용 등 시간을 통제해온 이야기 다뤄



▲미네엔(Mineen)이라 불리는 달력 성화상은 해당 달에 숭배되는 성인들을 비롯해 예수와 관련된 축제 등이 그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16세기에 확산된 이같은 달력은 당시 사람들이 종교 권력에 크게 영향받았음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알마출판사

새해를 맞은 많은 사람들이 새 달력을 앞에 놓고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곤 한다. '작심삼일'에 무너지고, "다음 주부터 다이어트", "다음 달부터 금연" 등의 다짐을 하는 사람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달력에 적힌 날짜와 주(週), 달(月)의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는데 과연 달력은 얼마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일까?

고대에 만들어진 것 가운데 달력만큼 지금까지도 그 형태에 변화가 없는 것도 드물다. 현재의 365일 달력은 기원전 46년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단행한 율리우스력 개혁에 기원을 두고 있다. 7월을 뜻하는 July는 율리우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고, 기원전 8년에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기념해 'August(8월)'로 달 이름이 바뀌었다. 하지만 이 달력에서는 기독교의 종교 행사일인 부활절이 매년 오락가락했고 기독교 교권이 강성했던 16세기의 교황 그레고리 13세는 4년에 한번씩 윤년을 구분하는 현재의 양력 달력인 그레고리력을 발표하게 됐다. 이처럼 달력에는 정치ㆍ종교적 '권력'이 개입돼 온 것이다.

독일 고전문헌학자인 저자는 달력의 기원과 발전 양상을 문화사적 측면에서 살펴보면서 달력이 지배층의 통치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를 곳곳에서 찾아냈다.

기원전 2세기 로마 권력자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날과 민회(民會)가 겹치면 시민들이 모여 정치적 목소리를 낼까봐 전전긍긍했다. 이에 독재관 호르텐시우스는 장날과 민회가 겹치지 않도록 달력을 개정했고 기원전 287년 이를 명문화한 것이 '호르텐시우스법'이었다. 또 역대 통치자들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축제일을 새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강화하곤 했다.

비슷한 사례는 근대 아시아에서도 발견된다. 1872년 일본 천홍은 단 20일의 공지 기간만 두고 그레고리력 개혁을 강행했다. 이듬해 달력이 이미 인쇄 중인데도 천황 정부가 개혁을 서두른 것은 윤달 때문이었다. 1873년에는 윤달이 끼어 있어 모든 관료에게 한달 급료가 추가로 지급돼야 했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천황은 달력 개혁으로 관료들에게 지급할 윤달치 급여를 주지 않게 됐고 재정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날 7일 주기의 일주일에는 종교적 요인이 작용했다. 일주일은 헬레니즘 시대 토성과 목성, 화성, 수성 등 7개 행성에서 따온 시간 체계에 유대교 안식일 제도가 결합하면서 일요일을 쉬는 날로 정한 일주일 주기가 만들어졌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이렇게 정치ㆍ경제ㆍ종교적 이유로 권력자들은 달력, 즉 시간을 통제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현재에도 교묘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주 40시간 근로제에 따른 휴일 문제와 법정공휴일에 대한 대체휴무일 문제는 경제적인 부분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권력자(혹은 관리자)들에게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실제 시간은 달력과 상관없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달력은 지배자인 동시에 피지배자이고,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자 문화적 생산물로서 모두가 참여해 만든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말했다. 1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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