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만 해도 한 집을 하루에 5팀씩 보고 갔는데, 대출 규제가 발표되고 매수 문의는 뚝 끊기고 분위기를 묻는 집주인들 전화만 오네요.” (서울 마포구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초강력 대출 규제가 시작된 지 이틀째인 29일 일명 ‘한강 벨트’로 불리는 서울 마포·성동·광진구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는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대출 창구가 막힌 매수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섰고, 매물 호가가 낮아졌는지 눈치싸움에 돌입한 집주인들의 전화만 간간이 걸려올 뿐이다. 현장에서는 집값 상승을 견인하던 ‘실수요자 상급지 갈아타기’에 제동이 걸리면서 거래량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마포·성동·광진·강동구 일대 주요 아파트 매매 매물은 이달 27일 대출 규제 발표를 기점으로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성동구 응봉동 매물이 이틀간 59건에서 68건(15.2%)으로 가장 많이 늘었고 마포구 염리동(13.2%)·성산동(8.2%), 광진구 화양동(6.4%), 강동구 암사동(4.2%) 등도 매물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성동구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막차 매수가 거의 끝나가면서 지난주부터 매물 감소가 멈추는 분위기였다”며 “집주인들이 집을 다시 내놓을까 고민하고 있어 다음 주면 매물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호가를 낮추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마포구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대출 규제 발표 당일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59㎡는 호가보다 5000만 원 낮은 19억 5000만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가계약만 걸어놓은 집주인이 급매로 내놓은 사례”라면서도 “호가가 20억 원인 저층, 비로열동은 19억 원까지 집주인하고 상의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패닉바잉(공포로 인한 매수)’은 줄겠지만, 매수 수요는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광진구 광장동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 원대였던 집값이 불과 3개월 만에 12억 원, 호가는 13억 원대까지 뛸 만큼 열기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며 “11억 원대 매물이 나오면 귀띔해달라는 매수 대기자가 여전히 많은 만큼 호가를 조금만 낮추면 거래량은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급작스러운 대출 규제 시행에 곳곳에서는 갈등도 빚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토지거래허가제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종의 가계약인 매매 약정서를 작성한 뒤 지자체에 거래 허가를 신청한다. 신청일부터 허가까지는 약 2주 정도가 소요된다. 금융당국은 이 기간을 고려해 거래 허가 전이라도 이달 27일까지 신청분에 한해 종전 대출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대출 규제 발표 당일 강남 3구 지자체에는 토허구역 심사 신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문제는 ‘승인 4개월 이내 입주’ 규정 탓에 허가 신청을 하지 못한 매수자들이다. 강남구 D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임차인이 있는 매물은 남은 거주 기간을 고려해 매매 약정서만 쓰고 거래 허가 신청을 안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대출 규제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귀책사유가 매수자에게 있는 만큼 3~4억 원의 약정금을 떼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잔금 마련 계획이 꼬인 수분양자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번 대출규제에는 수도권 내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도 포함됐는데, 규제 발표 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단지도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 중 대다수는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마련하는 가운데 세입자의 전세자금대출이 막히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당장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3307가구)’를 비롯해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가구)’, 송파구 신천동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등 1만 4000여 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를 수도권 전체로 넓히면 총 5만여 가구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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