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중국 진시황제는 영생불사의 '불로초(不老草)'를 찾아오라고 동남동녀(童男童女) 500명을 이역 먼 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먹으면 절대 늙지 않는다는 '명약'은 신선의 땅에나 있을 법한 일. 온 천하를 얻은 진시황제였으나 그 역시도 '영원한 젊음'만은 손에 넣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가 먹었던 불로초는 중금속이 함유된 맹독으로 생명을 단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불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 장기이식ㆍ인간복제 등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는 유한한 삶을 안타까워하며 몸부림치는 나약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영원에 대한 인간의 어리석은 희구가 '뇌ㆍ척수 이식'이라는 영화적 상상력과 결합, 논란을 일으키기에 손색 없는 문제작 '더 게임'을 낳았다. 병들어 죽어가는 주인공 강노식(변희봉) 회장은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금융계 재벌. 그렇지만 그 모든 게 무슨 소용인가.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시한부 인생이기 때문. 그러나 타고난 승부사 기질의 강 회장은 살기 위해 몸부림 친다. 죽어가는 빈 껍데기 육신을 대신할 건강한 몸을 찾아 나선다. 그는 현금 30억원을 내놓는 대신 젊은 거리의 화가 민희도(신하균)와 그의 건강한 육체를 걸고 내기를 벌인다. 결국 민희도는 내기에 지고 강 회장은 뇌와 척수를 통째로 맞교환 하는 엽기적인 수술로 희도의 몸을 차지하게 되는데…. 몇 해 전 사람의 얼굴을 교환하는 '페이스 오프'란 외화가 개봉됐지만 뇌를 바꿔친다는 '더 게임'의 아이디어는 새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상상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기억을 관장하는 뇌의 전두엽을 부분 이식하는 대목에 이르면 드라마의 긴장감은 극대화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고가의 뇌수술 장비도 볼거리다. 국내 몇 대 없는 뇌수술용 정밀 현미경ㆍ의료기기ㆍ수술대 등 관련 소품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쯤되면 요즘 인기를 끄는 메디컬 드라마에 뒤지지 않는 의학적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도 과언은 아닐 듯. 뿐 만 아니다. 오랜 관록의 변희봉씨가 삭발과 전라 연기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오는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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