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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2월 13일] 자통법 시행과 증권사의 역할

최경수(현대증권 사장)

자본시장의 빅뱅을 유도하기 위해 탄생한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에 들어간 지 벌써 열흘이 됐다. 자통법은 ‘규제완화’와 ‘투자자보호’라는 두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규제완화가 증권사의 겸업을 허용하게 하고 다양한 상품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면 투자자보호는 간접펀드 시장에서 제기돼왔던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고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업무절차와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자통법이 시행되면서 증권회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투자자보호를 위한 제반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다. 고객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그 성향에 적합한 상품을 추천할 수 있도록 관련된 업무절차를 도입해야 한다. 아직 법 시행 초기라 정확한 업무처리 지침이 확정되지 않고 증권회사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부족해서 일선 창구에서는 업무처리에 혼란과 불편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생명이 고객과의 신뢰라는 측면에서 보면 투자자보호는 증권회사가 자통법 시행 이전부터 갖추었어야 할 제도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하루빨리 과거의 업무절차를 변경하고 전산시스템을 구비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만반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에 앞서 감독기관도 증권회사의 실정에 맞지 않는 일부 불합리한 지침은 수정 보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완화로 증권회사는 자본시장에 다양한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의 생산방식도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생산하던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바뀌게 될 것이다. 증권회사는 거래하는 개인과 기업 고객들의 다양한 금융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금융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보다 더 많이 연구하고 깊이 고민해야 한다. 어쩌면 상품개발 노력의 결과가 증권회사의 운명을 바꾸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통법 시행은 증권회사에 양날의 칼과도 같다. 증권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무한한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권회사는 고객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제 칼자루는 증권회사가 쥐게 됐다. 그 칼로 상처입지 않고 얼마나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는 증권회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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