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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익어가는 전북 순창, 색동옷 입은 강천산… 입맛 돋우는 고추장… 붉은유혹에 빠져든다

높이 120m의 강천산 구장군폭포는 순창의 맑음과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명승지다. 두 가락의 쌍폭과 함께 오른쪽에 덤으로 옅은 폭포가 흘러내린다.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에 고추장 등 장류를 담가놓은 장독대들이 줄지어 있다.

만일사 건립과 고추장 진상을 기념하는 내용의 ''만일사비''로 1658년에 세워졌다.

양질의 토질서 나온 고추에 기온 편차 작고 습도도 낮아

'명품장류' 천혜의 자연 갖춰

단풍·계곡 어우러진 강천산… 흙길따라 걸으면 힐링이 절로

구장군폭포의 물줄기도 장관


식품과 특정 지역이 연결되는 곳은 여럿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이 순창이다. 순창 하면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고추장을 떠올린다. '순창고추장'이라는 상표까지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고추장의 40%가 순창에서 나온다고 한다. 순창 하면 최고 품질의 대명사로 통한다. 고추장뿐만이 아니다. 된장ㆍ간장ㆍ청국장 등 각종 장류들이 대부분 순창의 특산품이다. 전세계적으로 음식 한류가 부각될수록 순창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순창에서 고추장을 생산하는 대상의 '청정원 순창고추장'의 지난해 수출액만 1,200만달러로 수치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계절에, 역시 새빨간 고추장의 고장 순창을 찾아봤다.

◇600년을 넘는 역사와 전통=전라북도 순창군 구림면 안정리에는 만일사(萬日寺)라는 사찰이 있다. 꼬불꼬불한 콘크리트 포장 도로를 한참이나 올라가야 하는 산 중턱에 있다. 여말선초에 그 유명한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만일(10,000일) 동안 나라를 위해 수도했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 만일사의 한쪽 건물에서는 '순창고추장 시원지 전시관'이라는 건물이 서 있다. 만일사에서 순창고추장이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내용인즉 이렇다. 고려 말 이성계가 황산대첩을 통해 왜구를 무찌르고 남부지방을 평정한 후 순창을 들렀다. 이곳에서 수도하고 있던 무학대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마침 한 농가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여기에서 이성계가 고추장의 전신 격인 '초시'를 맛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훗날 왕위에 올라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이를 진상하라는 지시를 했고 이에 따라 진상품으로서 순창 고추장이 유명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고추장은 그전부터 만들었겠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게 됐다는 의미다.

그동안 고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이 임진왜란 전후 일본으로부터라는 설도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전통작물이었다는 주장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즉 임진왜란보다 100년 이상 앞선 1489년 간행된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이라는 책에 고추를 뜻하는 한자 '초(椒)'자와 고추의 옛 한글 표기인 '고쵸'가 적혀 있으며 1527년에 나온 '훈몽자회(訓蒙字會)'에도 '고쵸 초(椒)'가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고추장 역시 1433년 발간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과 1460년의 '식료찬요(食療纂要)'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물론 고추장도 시대의 진행과 함께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고추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 전후라고 한다.

현대에 들어와 순창이 '순창고추장'이라는 이름을 확실하게 한 것은 한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서다. 대상그룹이 1989년 고추장 사업에 뛰어들면서 순창에 공장을 세우고 '청정원 순창고추장'이라는 브랜드로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로 4반세기를 맞은 이 제품이 국내외 고추장 시장을 평정하면서 순창 하면 고추장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됐다.

◇장류를 익히는 천혜의 자연=순창이 고추장의 명산지가 된 것에는 그 자연조건이 일조를 했다. 연중 기온편차가 적고 습도가 낮기 때문이다. 순창은 연평균 12.4도, 습도 72.8%, 안개일수 77일로 고추장이 발효되는 데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예로부터 옥천(玉川) 고을로 불릴 정도로 좋은 물을 풍부하게 갖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영양가 높은 토질은 건강한 고추를 생산하고 있다. 순창이 고추장을 비롯해 모든 장류의 최고 생산지로 각광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순창에서 가장 유명한 산은 강천산이다. 아직 전국적인 지명도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이 산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자신의 게으름을 후회하게 만드는 곳이다.

강천산은 순창군과 담양군의 경계에 있다. 해발 584m다. 주요 등산길은 흙길로 얌전히 포장돼 있고 완만해 엄마들도 유모차를 밀고 오를 수 있을 정도다. 길은 암벽들 사이로 계곡물과 함께 나란히 정상으로 올라간다.

지금 같은 가을이면 맑은 물과 가을 단풍이 더욱더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 물이 맑기 때문에 단풍까지 깨끗할 수 있다는 것이 순창군 측의 설명이다. 1982년 전국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강천산을 즐기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먼저 능선을 따르는 산행이 있다. 7~8시간이 걸려 전문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다. 이와 함께 계곡을 따라 구장군폭포까지 오르는 완만한 길이 있다. 5㎞의 길을 따라 웅장한 절벽이 나란히 줄을 서고 곳곳에 폭포가 소리를 낸다. 높이 120m 구장군폭포는 원래는 장마철에만 모습을 보이는 마른폭포였지만 최근 인공으로 물을 대 사시사철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순창군에는 채계산ㆍ회문산 등 명산이 즐비하며 향가유원지ㆍ추령장승촌 등 즐길거리도 풍부하다.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길은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순창장류축제, 30일부터= 순창에서 가장 유명한 행사는 역시 고추장 등 장류를 주제로한 '순창장류축제'다. 30일부터 11월2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는 올해로 9회째를 맞는다.

장류를 테마로 다양한 체험거리 볼거리, 푸짐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행사는 순창전통고추장민속마을과 강천산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자연이 빚은 순창이야기'를 주제로 체험과 공연ㆍ경연ㆍ전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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