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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核통역오류 유도했나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협상팀의 일원으로 북한을 자주 다녀온 한국계 인사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영어로 협상이 진행되는데, 북한측 통역자의 번역이 이상하다 싶을때는 “그건 한국말로 이런 뜻”이라고 정정하고, 미국측 통역자가 북한 대표들의 말을 잘못 전달될 때 그 쪽에서 수정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를 서로 통역하는데 오류가 생길수 있지만, 거친 억양의 평안도 사투리를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최근 북한 핵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과정에서 통역상의 오해 소지가 논란 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평양을 방문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측에서 “우리도 핵을 개발할수 있다”고 시인했다고 밝히면서 북한 핵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시 켈리 차관보는 만찬장에서 그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때 북한측 통역관이 어디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켈리 차관보는 미국측 통역관의 얘기를 듣고 화가 나서 일정을 앞당겨 서울로 가버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북한측은 정확하게 “핵 개발을 할 자격이 있다(We are entitled to…)”는 뜻이지, “개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며, 이는 통역의 실수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코리안 어메리칸 통역관도 이 대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그를 만난 사람이 전했고, 미국의 보수 언론인 월스트리트 저널도 통역의 오류 가능성이 해명이 되지 않고 있다고 쓴 적이 있다. 지난주 베이징 3자 회담에서 북한이 핵 무기 보유를 시인한 것을 놓고도 통역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북한측은 회담에 앞서 3월말에 국무부 관리 2명에게 핵 물질 재처리 사실을 통보했는데, 국무부가 이를 백악관과 국방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은 국무부가 의도적으로 감추었다고 의심하고 있지만, 국무부는 북한의 언어가 애매하고, 영변 핵시설의 가동 흔적이 없었기 때문에 묵살했다고 밝혔다. 이 대목에서도 북한어를 영어로 통역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는 한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북한이 통역의 실수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애매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를 자극하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설사 북한의 핵 개발과 보유 의사가 통역의 오류라고 하더라도, 북한이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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