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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9월 3일] 신한류(新韓流)를 위해

중국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베이징올림픽이 막을 내린 요즘 베이징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렇게 가을 하늘이 높고 시원한 바람이 불던 지난달 30일, 중국 최대 공연장인 베이징의 국가대극원에서 아주 흥미로운 공연 하나가 막을 올렸다. 우리나라의 CJ엔터테인먼트와 중국의 대외문화집단공사가 공동제작하고 ‘난타’와 ‘점프’의 연출자인 최철기 감독 연출에 중국의 헤이룽장(黑龍江)성 서커스단 출신의 배우들이 출연한 ‘종극사명(终極使命)’이라는 제목의 넌버벌(비언어)퍼포먼스이다. 우리말로 ‘마지막 임무’라는 뜻의 ‘종극사명’은 보수공사 중인 사찰을 배경으로 불상의 보석을 훔치려는 도적떼와 이를 막으려는 인부들의 일대격돌을 다룬 무언극으로 서커스와 우슈(武術)의 화려한 몸짓에 코미디와 로맨스가 뒤섞여 볼거리가 풍성했다. 이날 초연에 객석을 가득 메운 중국인 관객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고 중국인들과 더불어 공연을 지켜본 한국인들에게도 한국문화와 중국문화의 접목은 신선함으로 다가왔다. 한때 중국에서는 ‘한류(韓流)’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와 문화상품에 대한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언제 그런 적이 있기나 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류가 시들해졌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 수출통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류가 퇴조하면서 지난 2006년 영화ㆍ음악ㆍ방송영상(드라마) 수출 규모가 1억7,710만달러로 전년대비 20.23%나 줄었다. ‘대장금’과 ‘겨울연가’ 등의 뒤를 이을 만한 히트작품이 없는 가운데 중국의 드라마가 급성장한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국 드라마를 막는 중국정부의 높은 장벽이 한류의 성장을 제약했다. 또한 상당수의 한국 드라마에는 중국인들이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 내용이 담겨 있었고 중국 언론들이 이를 구실로 한국 드라마를 비판한 것도 한류의 퇴조를 부채질했다. 급기야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는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들끓으면서 더 이상 ‘한류’를 언급하기가 무색할 지경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합작 공연인 ‘종극사명’이 중국인들로부터 환영을 받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물론 ‘종극사명’이라는 작품 자체만을 놓고 보면 넌버벌퍼포먼스라고 부르기에는 중국어 대사가 너무 많은데다 서커스의 요소가 지나쳐 예술공연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더 다듬어져야 할 여지가 있다. 하지만 ‘종극사명’은 중국 문화시장에 대한 접근방식을 바꾸면 지금이라도 당장 한류의 불씨를 되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줬다. 드라마든 영화든 연극이든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우리만 만족하는데 그치지 말고 중국인들도 좋아할 수 있게 만들면 된다. 한중 수교가 16년째를 넘어서고 있는 이 즈음에서 중국에서의 한류는 새로운 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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