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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日 원전사고 희망 놓지 말아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제1발전소 1호기와 3호기 원자로건물 상부에서 수소폭발로 추정되는 충격으로 지붕과 벽이 일부 무너져 내린 데 이어 2호기는 두 차례나 핵연료봉이 완전 노출돼 노심(爐心)이 녹은 데다 지난 15일 원자로 내 방사성물질을 가두는 마지막 보루 격납용기 내 폭발로 용기가 일부 망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무사할 줄 알았던 4호기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서 폭발과 화재까지 일어나 방사성물질의 대량 누출이 우려되고 있다. 대형 폭발 가능성은 크지 않아 2호기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은 냉각기능을 잃게 되면서부터다. 도쿄전력은 바닷물을 긴급 주입했지만 펌프 미작동을 인지하지 못하는 바람에 핵연료봉이 완전 노출돼 노심이 일부 녹았을 가능성이 크다. 연료봉 노출이 지속되면 방사성 붕괴에 따른 과열로 녹아 원자로 하부로 내려갈 수 있으며 핵분열이 다시 시작할 수도 있다. 격납용기 아래 강압수조에서 일어난 폭발도 위험하다. 내부 압력이 떨어져 강압수조나 격납용기와의 배관에 금이 가거나 구멍이 났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량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폭발로 격납용기 내 압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아 용기 전체 손상으로 보이진 않지만 방사성물질 누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2호기 역시 격납용기와 원자로건물 외벽 사이에 수소가 차올라 폭발 시 방사성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 4호기의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이다. 3년 정도 사용한 핵연료는 잔열 제거를 위해 수조에 옮겨 오래 식히는 데 원자로보다 몇십 배 많은 핵연료를 담고 있다. 강진으로 수조의 냉각수 순환이 멈추고 수조 내 틈이 생기면서 냉각수가 새고 남은 물의 온도가 올라가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 냉각수 온도는 평상시 섭씨 30~40도지만 현재 거의 끓는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수증기가 냉각수 밖으로 노출된 핵연료 표면의 금속과 반응하면서 수소 유출로 폭발해 화재까지 발생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에 물이 남았는지도 확실치 않다. 사용후핵연료가 이미 격납용기 밖으로 나와 물에 잠기지 않는 한 유출을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 이날 폭발로 4호기 원자로건물 외벽에 커다란 구멍이 났다니 이젠 헬리콥터나 소방차를 동원해서라도 물을 뿌려 온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강진에 이어 오래된 원전에서 노심용융사고로 이어지는, 100만년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재앙이 이웃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TMI 2호기 사고 수위를 이미 넘었다. 노심용융에 따른 대형 증기폭발이라는 최악의 경우도 우려된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4호기사고는 최악인 7등급이었다. 다량의 흑연이 폭발해 31명이 사망하고 원자로와 건물 자체가 송두리째 공중 분해된 대재앙이었다. 20세기 최대ㆍ최악의 대형사고로 남은 이 사고는 피폭(被曝) 등의 원인으로 이후 7,000여명이 사망하고 70여 만 명이 치료를 받았으며 800여 만 명이 직접적ㆍ간접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됐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후쿠시마 원전에는 흑연을 쓰지 않아 대형 폭발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체르노빌 경우보다 덜하리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앞으로 1주일이 관건이다. 제1발전소 6기 원자로의 동시다발 사고를 눈 앞에 둔 상황은 인류 초유의 도전이다. 난제 해결위해 모두가 힘 모아야 거대한 공학구조물에 들어찬 방사능 오염 바닷물을 어떻게 가둘 것인지. 계속 끓는 물은 언제 어디에 버리고, 누가 어떻게 어디서 계속 찬물을 끌어 올 것인지. 만약 중성자 흡수봉이 망가지는 경우 핵분열 불씨가 되는 중성자들을 누가 무엇으로 어떻게 잡아 가둬 핵반응을 잠재울 것인지.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는 방사선을 어떻게 가둬야 할지… 긴급히 해결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해는 다시 떠오른다. 인류는 지구상 어떤 천재지변에도 살아남아 장구한 세월을 지켜 왔다. 이번에도 초연하게 응전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갈 것이다. 제3의 불 원자력은 지진과 해일을 넘어 거듭 날 것이 분명하다. 시련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법. 이제 다시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모두 손잡고. 오늘 아침 동해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거울 앞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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