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생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사고처럼 대형 참사까지는 아니더라도 크고 작은 안전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망사고도 해마다 두세 건씩 발생하고 있다. 이들 사고의 공통점은 대부분이 실제 오리엔테이션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부대행사 혹은 선후배들과 만남의 자리를 갖는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이다.
실제 신입생 환영회의 행사 일정을 살펴보면 사실 신입생들의 입학 전 교육 프로그램은 일부에 불과하다. 대개의 경우 단과대별 장기자랑, 공연 등으로 프로그램이 채워져 있고 저녁 시간은 술자리가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사실 가장 큰 규모로 치러지는 단합대회 정도로 치부되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새내기 배움터에 가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가지 않으면 친구를 못 만들까봐 하는 것"이라며 "새터에 가지 않으면 선배들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학교들은 아예 본연의 의미의 오리엔테이션을 떼내 따로 개최하고 있다. 영남대 등 일부 학교들의 경우 신입생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당일치기로 진행하고 추가적으로 단과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향대의 경우 지난 2012년부터 새터를 없앴다. 외부에서 진행해오던 오리엔테이션을 학교에서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박일 순천향대 학생팀 팀장은 "학교와 학생회가 신입생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알려주고 행사는 학교 안에서 진행한다"며 "물론 새터를 기대한 학생들이 많아 첫해에는 어려웠으나 안전 문제나 필요성 등에 대해 설명해 잘 수긍하게 됐다"고 말했다.
새터라는 문화가 유독 한국에만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순천향대의 한 교수는 "새터 문화는 우리나라에만 있고 외국에는 없다"며 "친목을 다지는 부분은 좋지만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술로만 친목을 다지러 멀리 가는 문화는 없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미 일부 대학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는 대학들도 있다. 서울대는 새터와는 별개로 '술 없는 새내기 대학'을 시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매우 좋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특강, 스스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 멘토-멘티 클럽을 진행하고 끝나고 나면 서울대 전체 학생들과 소통 기회-졸업한 선배들과도 연계 기회가 제공된다. 선배와 함께하는 연주·특강 등 있다. 학교 측은 이 행사에 대한 학생들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신입생 환영회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서울대 학생소통팀장은 "이런 일이 생겼다고 해서 한꺼번에 바꾸자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체 행사를 한 방향으로 꽉 묶고 가려고 하는 것도 문제"라며 "나름 지켜온 문화도 나쁜 점만 있지는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도 그런 데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 행사도 케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