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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다운 비가 온 적이 있어야죠. 지금 저수율은 사연댐 15.2%, 대곡댐은 26%밖에 안 됩니다. 공업용수 전용 댐인 대암댐과 낙동강물을 끌어다 정수처리를 해서 쓰기 때문에 급수 중단까지 간 적은 없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물을 빌려다 쓸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울산시 관계자)
올 여름 '반쪽 장마'로 중부지방에는 다소의 비가 내렸지만 남부지방은 폭염에 시달려야 했다. 태풍 다나스가 남부 지역을 스쳐 지나가면서 강수량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만족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6월21일부터 9월20일까지를 이르는 '홍수기' 강우량은 전국 평균 581㎜로 평년의 74% 수준이었으며 특히 낙동강권역인 경남과 경북 지역은 평년의 54% 수준에 불과하다. 이 기간 댐으로 직접 물이 유입되는 지역의 강우량만을 나타내는 '댐 강우' 현황을 보면 안동댐은 371㎜로 평년의 54%에 그쳤고 대곡댐은 288㎜로 평년의 36%로 가장 낮았다. 부산 9월 강수량이 30.2㎜로 평년의 18%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여름철 직후에도 몇 차례의 태풍이 왔지만 한반도를 비껴가면서 낙동강 유역 주요 댐 저수량은 안동댐이 45.9%로 역대 다섯 번째로 낮았고 사연댐은 26.3%로 역대 두 번째, 대곡댐은 18.1%로 지금껏 가장 낮은 저수율을 보였다.
이 같은 낙동강 유역 가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낙동강 유역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둘러싸인 분지지형이어서 전형적으로 비가 적게 오는 지역이다. 연평균 강수량으로 보면 안동은 1,066㎜, 포항 1,152㎜, 대구 1,064㎜ 등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100~200㎜ 정도 적다.
이처럼 비가 적은 반면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은 부족하다. 낙동강권역의 다목적댐은 한강과 금강 등 타 권역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총 저수량을 보면 수계면적 2만5,954㎢의 한강은 57억3,700만㎥인 데 비해 2만3,384㎢로 유역면적이 한강과 큰 차이가 없는 낙동강의 총 저수량은 33억5,000만㎥ 수준이다.
천근호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 차장은 "현재 댐과 댐 사이에 물을 공유하는 연계운영체계를 가동하는 등 물 관리에 노력하고 있지만 한정된 댐으로 하는 외줄타기 식 운영은 한계가 있다"며 "지역 여건에 맞는 중소규모 댐 건설과 수도서비스가 취약한 상하수도 보급을 활성화하는 등 장기적인 물 관리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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