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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못해 "졸속" 경제주체 위축 우려
입력2004-10-03 17:34:03
수정
2004.10.03 17:34:03
대부업이자율 제한 "영업하지말란 애기"<br>연기금의결권 제한도 "반시장적" 비판<br>"건설사가 실내공기의 질 유지" 법안까지
“법안의 취지는 기본적으로 바람직하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규제법안인 만큼 보다 확실한 연구결과가 쌓인 후 논의하는 게 타당하다.”
최근 국회에 제출된 환경규제법안에 대해 상임위 전문위원이 내놓은 검토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뿐만 아니다. ‘급변하는 시장에 대처 못한다’거나 ‘기업에 큰 비용부담을 안겨준다’는 등 부정적인 분석의견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대 국회 개원 이후 의원법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충분한 사전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시장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졸속입법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방대생 의무고용과 관련, 이승철 전경련 상무는 “청년층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기업선택권을 제한해 시장경제는 물론 경제 효율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이 추진 중인 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의 최고이자율 제한은 업계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자율을 25%로 묶어버리면 사실상 영업을 중단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채시장 같은 음성적 금융시장은 수요ㆍ공급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분야라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정부의 시장 개입은 지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된 뒤 이뤄져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연기금의 의결권 제한도 반시장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개입을 제한하는 장치를 만들어야지 아예 의결권을 빼앗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불법자금으로 의심되는 모든 금융거래는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특정금융거래개정안’의 경우 신용거래 관행이 부족한 현실에서 정보 노출에 따른 국민들의 불안감 및 금융기관 이용기피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타고 과도한 규제조항을 골자로 한 법안의 현실성에 대한 공방도 치열하다.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 시공업체에 실내 공기의 질을 맞추도록 규정한 것은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도 “식품위생법에 자체 품질검사 강화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대부분 영세업체로 이뤄진 업계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면서 “과다한 부담을 전가할 우려가 높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해당 의원들은 “소비자보호 및 사회정의 차원에서 입법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일부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도입취지를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정부나 국회가 시장의 실패를 고치기 위해 법을 만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법의 적용과정에서 형평성을 잃고 결과적으로 경제주체들을 위축시킬 수 있는 법안이라면 이를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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