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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전문가 인터뷰] 톱 번 무디스 부사장

“외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핵 문제, 한국의 반미 운동 등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이슈들이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톰 번 무디스 부사장은 최근 북핵 이슈, 반미 운동 등으로 한국에 대한 컨트리 리스크(country risk)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 개혁을 지속할 것임을 다짐한 것은 한국 경제의 신뢰도에 긍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한국 가계부채는 아직 위험 수위는 아니며, 일본 경제의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 무디스 본사에서 그를 만나 보았다. - 노무현 당선자의 새 정부가 곧 출범합니다. 경제 정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까. ▲우리는 수년동안 한국의 야당, 여당 의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체로 경제 개혁을 진전시켜야 한다는데 의견이 같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소액 주주의 권한을 강화하고, 재벌의 오너십을 분리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진척시켜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개혁과 재벌 개혁을 진전시키겠다고 한 점들은 모두 긍정적입니다. 노 당선자의 차기 정부에 우려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양극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 외환 위기때 노사정의 세그룹이 힘을 합쳐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세계 역사에 훌륭한 선례를 남겼습니다. 노조는 파업 자제를 약속했고, 재벌과 금융기관들도 내부 개혁을 단행했으며, 관료들은 경제 개방을 훌륭하게 처리했습니다. 그결과 한국 증시에 500억 달러의 외자가 유입되고, 한국 경제 회복에 큰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은 넉넉한 외환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제 근로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 사이에 이뤄졌던 단결에 금이 가고, 서로 갈라지는 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최근 나타나고 있는 반미 운동이 해외 투자자를 두렵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외국인 투자가 많이 들어와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됐지만, 반미 운동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수 있습니다. - 정치 갈등이 신용등급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알고 있습니다. 국회에 야당이 다수당입니다. 새 정부 출범후 정쟁이 심해질 때 신용등급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어느 나라에도 정부와 의회의 마찰은 있습니다. 한국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모든 정치 활동을 체크하지는 않지만, 정책이 실패하거나, 정쟁으로 인한 파장이 커질 때 주목합니다. 한국의 경우 안보 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됩니다. 우리의 평가는 정치 성숙도나 경제 개혁 추진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적 갈등으로 정부 지출에 균형이 깨지거나 의무 이행이 지연될 때 평가 요인으로 삼습니다. 한국은 수년동안 민주주의가 진척됐기 때문에 정치적 갈등이 생기더라 해결될 것이고, 시스템을 마비시킬 정도의 리스크를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 북한 핵 이슈로 미국과 북한 사이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긴장이 한국의 신용등급 평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봅니까. ▲최근 북한 핵 이슈는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의 분위기를 냉각시키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달에 홍콩을 다녀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많은 투자자들이 한반도 상황에 대해 질문을 하더군요. 북한이 왜 절망적인 상태에 빠졌는지, 한국의 반미 운동은 어느 정도인지,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지속될 것인지등의 질문이 나왔습니다. 투자자들은 한반도 사태가 파국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어쨌든 많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특히 반미 운동으로 한국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예측할수 없는 길을 가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한국의 경제규모가 크고, 국제 사회에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는 한국은 물론 국제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요. 홍콩 투자가 회의 마지막 마지막 날에 한반도 사태로 인해 한국 경제가 흔들리거나 한미 관계에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또 한국만이 단독으로 북한을 포용할 경우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북한 경제는 절망적이기 때문에 일본, 미국등 여러나라의 지원이 필요한데 북한이 국제 사회로부터 고립될 경우 한국의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지요. 한국 정부의 포용정책은 북한 경제가 붕괴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과거 동서독의 통일에서 나타난 엄청난 비용을 줄이려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 중국이 대북 포용정책에 참여하는 것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조흥은행 매각에 노조가 반대하고 있습니다. ▲은행 분석가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의 은행들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는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노조가 매각 저지에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여부는 노무현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입니다.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사용자, 노조 사이에 힘의 균형이 어느쪽으로 쏠리는지를 재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무디스의 입장에서는 한국 금융기관이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한국 가계 대출이 급증해 사회문제로 되고 있습니다. 제2의 은행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 문제를 점검한 적이 있는데, 아직 경고 단계일뿐 위험 단계는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첫째, 소비자 대출이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시작 단계의 수위가 아주 낮았습니다. 아직 기초여건(펀더멘털)이 흔들릴 단계는 아닙니다. 또 금융감독위원회가 나서서 소비자 대출에 제한을 가하는등 규제조치를 취하는 것도 긍정적 요소입니다. 새 정부가 소비자 대출에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치를 취할 것으로 봅니다. 둘째, 현재의 소비자 대출은 과거 재벌에 대한 은행 대출,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외화 차입등과 같이 균형을 잃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결론적으로 소비자 대출의 문제로 인해 한국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낮아지는 일은 현재로선 없을 것으로 봅니다. - 최근 한국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로 변경했습니다. 신용등급을 언제 올려준다는 얘기입니까.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으로 1~2년의 시간 사이에 등급을 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조정했을 때 한국의 외환정책, 거시 정책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입니다. 정부의 외환 보유액이 늘고, 정부의 금융 및 재벌 정책이 진전되면서 신뢰를 높였습니다. 우리는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개혁을 지속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경제에 3가지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첫째,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 이양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인지, 둘째, 유가 상승, 엔화 하락등 대외 요인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 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북한 핵등 한반도 안보 상황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1월에 종합 점검해서 새롭게 평가할 것입니다. - 일본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디스는 지난해 일본 신용등급을 두단계 떨어뜨렸는데, 일본을 어떻게 전망합니까. ▲일본의 금융 여건은 아주 취약합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보다 더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 일본 사람들은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아프리카의 보츠와나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항의가 대단하던데요. 이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일본 의회에 나가 증언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 일본 의회에 가서 설명했습니다. 일본 정치인들이 놀란 것은 보츠와나보다 신용등급이 낮은데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평화기에 국가부채가 그렇게 빨리 증가하고 있는데 당혹감을 느꼈던 것입니다. 1차ㆍ2차 대전때에 참전국들의 국가부채가 전쟁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20%까지 올라갔는데, 일본은 지난 10년동안 경기를 부양하고 촉진시키는 과정에서 정부 부채를 동원하는 바람에 전시와 같은 비율로 국가부채가 높아졌습니다. 저는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을 다른 선진국(OECD)에 비교해서 설명했습니다. 이탈리아나 유럽의 소국에 비해 일본의 국가부채 비율은 엄청나게 높습니다. 아직 일본은 많은 재원이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지만, 중장기적인 재정 상태가 불확실합니다. 현재의 등급 `A2`도 높다고 설명했지요. - 그러면 일본 경제도 97년 아시아 위기때처럼 붕괴될 가능성이 있습니까.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해외자본이 일본을 탈출할 가능성은 배제 할수 없지만, 일본의 수출산업은 높은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니와 도요타와 같은 회사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해외에서 많은 돈을 벌어옵니다. 일본의 해외 자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5년전 아시아 국가처럼 경제가 붕괴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수출 산업이 일본 경제의 10%에 불과하고, 90%가 내수산업인데, 여기에서 발생하는 금융산업의 부실, 재정 적자가 커져 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톰 번은 누구)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 인베스터 서비스의 부사장으로, 국가신용등급을 조정하는 부서의 선임 분석가. 97년에 무디스에 입사, 당시 통화 위기를 겪던 한국을 비롯, 아시아 국가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인물. 지난해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두단계로 하향조정한후 에이즈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보츠와나보다도 못한 나라로 평가한 것에 일본이 항의를 하자, 도쿄 의회에까지 가서 평가의 당위성을 설명한바 있다. 무디스 입사에 앞서 워싱턴에 소재하는 국제금융공사(IIF)에서 아시아 개발 분야의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IIF에 12년간 근무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의 경제를 연구하면서 국가 경제의 비교분석을 담당했다. 대학원 진학전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3년간 활동한 경험 덕분에 한국의 정치ㆍ문화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했으며, 국제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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