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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문화의 부재

자기부정은 우리 안의 참된 본성을 가리는 이기심 내지는 자만심, 그리고 이기적 욕망 등을 극복하기 위해 때로는 필요하다고 했다. 하여튼 자기부정은 변증법적 논리대로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성격임이 분명하다.한데 며칠전 같은반 여중생 2명이 가정과 성적문제를 비관한 나머지 아파트 계단 창문에서 동반 투신했다는 보도가 「가정의 달」을 우울케 하였다.「억제받고 사는 생활이 싫다」,「성적이 떨어져 죽으려했다」는 등의 유서는 우리 사회와 가정에 또한번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문득 몸과 마음에 내 것이라는 생각이 없고, 그것이 없어진다고 해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 사람, 그를 진짜 수행승이라 부른다는「법구경」의 한 대목이떠오른다. 혹시나 이를 엉뚱하게 해석한게 아닌지도 궁금하다. 혹시 저들은 가정 속에 살면서도 초연한 자세로, 즉「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밖의 삶」을 추구했단 말인가. 여기서 우리는 가정문화의 취약성을 읽을 수 있다. 무조건 주입식의 교육제도와 어떻게하든 대학에는 진학해야만 된다는 부모들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세태가 그저 한심스러울 뿐이다. 발명왕 에디슨이 대학을 나왔는가. 링컨과 처칠도 대학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그분들의 신조를 본받아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강력한 문화 없이는 가정은 물론이고 훌륭한 국가도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기 소르망이 지적한바 있다. 이들에게 「도인은 명성을 바라지 않고, 지식은 덕을 내세우지 않으며, 대인은 자기를 없게 한다」는 자기과시를 경계하는 말에다 「학문을 배우면 지식이나 욕구가 나날이 늘어나고, 도를 닦으면 지식이나 욕구가 나날이 줄어든다. 줄고 또 줄어들어 결국에는 무위(無爲)의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무위의 경지에 들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없게 된다」는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의 설파로 저들에게 엉뚱한 마음을 갖지 못하도록 가정이나 학교, 또는 사회에서도 여린 가슴의 충격들을 대신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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