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를 위한 자산관리는 일반적인 자산관리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저축과 인출의 기간이 워낙 긴 데다 세금ㆍ상속ㆍ고용ㆍ건강ㆍ수명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변수가 끼어들기 때문이다. 10~20년은 훌쩍 넘는 저축ㆍ투자 기간 역시 모든 변수를 복리의 마술 세계로 끌어들여 단순한 계산조차 어렵게 만들곤 한다. 예를 들어 20년 후 1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목돈으로 얼마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매년 얼마씩을 꼬박꼬박 넣어야 하는지도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학용 계산기와 어려운 수식 없이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어림 셈법은 있다. 바로 72 법칙. 투자 기간 연수에 수익률을 곱해 72가 나오면 원금의 2배가 된다는 게 72 법칙의 핵심이다. 1,000만원을 가지고 연 4%대 수익률의 상품에 투자해 원금을 2배로 불리기 위해서는 18년(4×18=72)이 소요된다. 6% 수익률이면 12년, 12% 수익률이면 6년이 걸리는 식이다. 문제는 이 셈법이 목돈을 한꺼번에 거치식으로 투자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정작 은퇴 자산을 모으는 과정은 거치식이 아니라 매월 또는 매 분기 일정 금액을 저축 또는 투자하는 적립식이 일반적이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투자 원금의 투입 시기가 제각각이라 계산이 훨씬 복잡해진다. 물론 이럴 때 활용하는 셈법도 있다. 수익률과 적립연수를 곱해 앞서 72의 두 배, 즉 140 내외(130~150)가 되면 투자원금의 2배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매년 4%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33년 정도 적립식 투자를 해야 원금 대비 100% 수익이 난다. 5%면 26년, 7%면 19년이 걸린다.
적립식 투자의 140 내외 법칙은 은퇴 자산관리에 있어 중요한 두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첫째, 적립식으로 돈을 모으려면 거치식보다 두 배 내외의 긴 기간이 필요하다. 은퇴 투자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빨라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청년층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둘째, 이미 은퇴 준비 시기가 늦어버린 중장년층의 경우 저축 가능 기간이 길지 않은 데다 장기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심화되고 있어 자산 증식의 속도를 높이려면 수익률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노후 준비 자산이라고 해서 안정성에만 초점을 맞추다가는 목표치보다 턱없이 모자란 자금으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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