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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인 자리 '하늘의 별따기'

■ 불황·베이비부머 은퇴 겹쳐 인기직종 떠올랐지만…<br>법정관리기업 100곳에 지원자는 3,000명<br>생산성본부 등 교육과정 재수·삼수도 예사


은행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다 지난해 퇴직한 박모(55)씨는 요즘 초조한 마음으로 합격 통보를 기다리고 있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진행하는 '법정관리인ㆍ감사 양성교육' 과정에 신청했지만 경쟁률이 높아 합격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시중은행 지점장 출신인 박씨는 전문지식과 실무 경력을 갖추고 있지만 화려한 경력의 지원자들이 대거 몰린 탓에 지난해 한 차례 떨어진 경험을 갖고 있다.

11일 법조계와 금융계 등에 따르면 경기 침체와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가 맞물리면서 법정관리기업의 관리인과 감사 자리가 퇴직자들의 인기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운영하는 법정관리인 교육과정 경쟁률은 지난 2010년 2대1 수준에서 지난해 3.4대1로 높아졌다. 상ㆍ하반기 각각 70명을 모집하는데 신청자 수는 2010년 280명, 2011년 420명, 지난해 480명 수준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비슷한 과정을 진행하는 생산성본부에도 지원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2009년 3대1이던 경쟁률이 지난해 5대1을 넘어섰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2009년 360명이던 지원자 수가 지난해 700명을 웃돌 정도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1년에 2회 실시하던 교육을 올해는 한 차례 추가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법정관리인이 되기 위한 인력이 넘쳐나자 이들을 교육시키는 단체도 잇달아 생겨나고 있다. 법정관리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M&A투자협회는 최근 "법원이 특정 단체의 교육 수료생만 선호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경총이나 생산성본부뿐만 아니라 협회 수료생도 법정관리인에 선임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법원 관계자는 "선임되는 사람 수는 정해져 있는데 협의도 없이 무작정 일자리만 늘려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면서 "법원도 인력 풀(pool)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자칫 교육단체가 남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법정관리인 지원자의 상당수는 금융계나 기업체 임원 출신 같은 고급 전문인력들. 현직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데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작용한 것이다. 때문에 지원자들은 교육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나 삼수를 마다하지 않고 170만원에서 235만원에 이르는 교육비를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교육기관에서 형평성을 고려해 각 출신 은행별로 교육생 수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지점장 출신도 교육에 한두 번 떨어지는 것은 예사"라고 설명했다.

교육과정을 이수하더라도 법정관리인이나 감사 자리를 꿰차기는 쉽지 않다. 회생 절차를 신청한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된다. 또 지원자 수는 많아지는 데 비해 법원의 법정관리인ㆍ감사 선임 수는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기업 회생을 총괄하는 자리다 보니 해당 인사의 자질이 중요하다"면서 "교육과정을 이수했다고 무작정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11년 서울중앙지법이 회생 절차를 인가한 기업 수는 100여곳에 불과하지만 법정관리인 자리를 노리는 대기 인력은 3,000여명에 이른다. 대기 인력 중에서도 실제 선임되는 비율은 평균 20~25% 정도다. 인기에 비해 일자리 수가 많지 않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법원 관계자는 "보수나 처우도 알려진 것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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