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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성명 불허'는 동정여론 차단 목적?
입력2005-06-14 09:00:50
수정
2005.06.14 09:00:50
검찰, 엄정한 사법처리의 장애로 판단한 듯
14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친필로 준비했던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이하 `사죄의 글')을 취재진 앞에서 `낭독'하지 못한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사죄의 글'은 "대우그룹의 경영을 총괄했던 제가 좀 더 일찍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점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는내용으로 시작한다.
김 전 회장은 "국가 경제의 활로 개척을 위해 몸바쳤던 지난 30여 년의 세월은이미 가슴속 깊이 묻었습니다. 이제 저는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과거의 문제들을 정리하고저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이렇게 돌아오게 되었습니다"라는 회한도 담았다.
그는 비서나 측근의 도움을 받아 워드 프로세서로 `작성'한 게 아니라 손수 작성한 이 문서를 통해 자신을 `실패한 기업인'으로 규정하고 `지난 30여년 세월은 가슴속에 묻었다'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가 정작 카메라 앞에서 남긴 말은 "제가 책임을 지기 위해 귀국했습니다. 대우사태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는 공항 발언과 "자세한 내용은 검찰에서 밝히겠습니다. 이번 일을 전적으로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대검 청사 앞발언이 전부.
5년 8개월간 해외를 떠돈 재벌총수의 `귀국의 변'으로서는 좀 싱겁다는 느낌이들 만큼 간략한 발언 밖에 하지 못한 이유는 전날 대검 중수부가 "원칙적으로 김우중 전 회장 본인의 성명 발표는 불허한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은 성명발표 불허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검찰의 판단일 뿐 무슨 이유가 있는 게 아니다"고만 짧게 답해 궁금증을 더했다.
검찰이 김 전 회장의 `성명 발표'를 막은 이유를 놓고 검찰이 `기선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추정이 검찰 주변에서 나왔다.
김 전 회장측이 변호인과 언론 담당 측근 등을 통해 동정여론을 조성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 국민정서가 고령의 아픈 사람에게 모질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대국민사과문'이 TV방송 등을 통해 낭독되면 엄정한 사법처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물론 공항에서 적법절차에 따라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면 불필요한 절차를 가급적배제하는 게 좋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중요 피의자의 대언론 입장 발표를 좀처럼 막지 않았던 관행에 비춰 이 추론은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하지만 김 전 회장측은 이날 대국민 성명 발표가 검찰의 제지로 좌절됐음에도다양한 방법으로 `사죄의 글'을 알려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준비한 친필 `사죄의 글'을 언론 등을 통해 공개하고 오랜 해외도피 생활 등으로 악화된 건강 상태와 힘들었던 최근 행적 등을 적극 공개한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보석 가능성과 사면 가능성 등이 언급되는 김 전회장을 위해 `대우맨'들이 외곽지원과 동정여론을 조성하려고 동분서주할 것으로 예상돼 검찰이 향후 `수사 외의 영역'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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